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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 또 챔프전 우승 좌절

중앙일보

입력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통합 우승의 한(恨)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31일 화성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2014-201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3승제)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5-25, 23-25, 19-25)으로 졌다. 3전 전패를 한 도로공사는 챔프전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는 유난히 챔프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프로 출범 원년인 2005 시즌, 2005-2006시즌에도 챔프전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챔프전 우승 기록이 없는 유일한 팀이 도로공사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담담했다. 서 감독은 경기 전 "편하게 잤다. 선수들도 나도 벼랑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제 전술 보강을 어찌 하겠나. 선수들을 믿고 가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1·2차전 때처럼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기합이 들어간 탓일까.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끈끈한 조직력이 실종됐다. 가장 중요한 서브 리시브가 풀리지 않았다. 황민경, 고예림에게 집중된 서브 리시브가 공격까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에이스 니콜(21점)만 활용하는 공격은 단조로웠다. '서브퀸' 문정원(10점)이 서브에이스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약속된 공격조차 미묘하게 어긋났다. '우승 청부사' 세터 이효희도 역부족이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이효희는 팀을 옮길 때마다 우승을 선사했다. 도로공사 정규리그 우승도 이끌면서 챔프전에서 그의 매직 토스가 기대됐다. 하지만 니콜 외에 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베테랑으로서 노련한 플레이를 보여줬던 수퍼맘 장소연(4점)과 정대영(9점)의 컨디션 난조였다. 장소연은 신우신염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정대영은 장미비강진에 걸렸는데 온 몸에 붉은 반점 같은 두드러기가 났다. 긴 밴드로 팔과 다리를 가지고 나왔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생기는 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투혼을 보여줬다. 마흔 한 살 장소연은 재치있는 속공 플레이를 시도했고, 정대영은 힘껏 두 팔을 들어올려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서 감독은 계속 "서로를 믿으라"고 강조했지만 선수들은 지쳐있었다. 어렵게 득점을 해도 서로 둥글게 모여 기합을 넣기 보다 맥빠져 있었다. 결국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한국 무대를 떠나는 니콜은 허리를 굽혀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화성=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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