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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안전성 입증된 ‘식품’ HVP가 화학조미료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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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자단체가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몇 개 제품에서 화학조미료인 HVP(식물성단백가수분해물)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마치 MSG보다 더 안 좋은 HVP를 쓴 식품회사들의 마케팅을 질책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HVP는 콩·옥수수·소맥 등 식물성 단백질을 가수분해해 만든 아미노산이다. 아미노산은 인체 구성의 기본단위다. 인체에서 단백질 합성을 위해서는 약 20종류의 아미노산이 필요한데, 이 중 여덟 종류의 아미노산은 사람의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HVP에는 필수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식물성 원료로만 제조된 식품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HVP는 식품에도 많이 쓰인다. HVP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요리에 더욱 풍부하고 깊은 맛과 향을 내준다. 세계적인 식품회사들도 HVP를 사용한다.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독일·네덜란드·캐나다·중국 등 여러 나라가 HVP를 사용한다. 유럽시장에서는 네슬레·하인즈 등 글로벌 기업들이 HVP를 사용하고, 미국은 HVP가 GRAS(미국 FDA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식품)로 등재돼 있다.

HVP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다. 3-MCPD는 지방을 구성하는 글리세롤 한 분자와 소금 한 분자가 결합한 매우 단순하고 작은 분자다. 빵이나 치즈를 열로 가열할 때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크래커·도넛·버거 및 육류가공품, 음료류 등에서도 검출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일본·EU 등에서도 전 식품에 대해 3-MCPD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HVP에서만 3-MCPD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한다. 오히려 HVP는 3-MCPD에 대한 관리기준이 적용돼 기준이 없는 타 식품군에 비해 훨씬 관리가 잘 되고 있다. HVP의 3-MCPD 국내 관리기준은 미국·캐나다·태국·대만 기준과 같은 1ppm이다.

HVP는 MSG와 같은 첨가물이 아니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식품첨가물은 사용량에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식품은 그 사용량에 제한이 없다. MSG는 아황산나트륨이나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식품첨가물’인 반면, HVP는 식초나 맥주와 같은 ‘식품’군에 속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HVP는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용량에 제한이 없는 것은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VP를 ‘식품첨가물’, 한술 더 떠 ‘화학조미료’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다. 소비자단체는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갖는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앞장서서 조성해서는 안 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박기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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