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진단 받은 학생, 길병원서 치료 받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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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진단으로 파일럿의 꿈을 포기한 19살 학생이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환자를 돕는 의사를 꿈꾸게 됐다.

주인공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송수영(19)군. 송 군은 3년 전인 17살 때 처음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건강에 큰 문제가 없었던 송 군은 달리기는 물론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파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숨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려웠다. 송 군은 집 근처 의원을 찾아 진료 받았고, 담당의사는 '암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

수소문 끝에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진희 교수를 찾은 송 학생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 이미 전신에 매우 큰 종양들이 다수 형성됐고 골수까지 침범된 진행된 상태였다. 특히 커진 암세포는 기도를 막아 숨쉬기가 곤란했던 것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병 수 개월 내에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암종이다. 치료 과정 중 독성이 많은 항암제를 장기간 반복해 사용해야 한다. 체력 저하는 물론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성장기에 있던 송 군은 암세포 분열도 매우 활발히 이뤄져 암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서 치료를 잠시도 늦출 수 없었다.

박 교수는 송 학생과 그의 부모님에게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심층적인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며 본격적인 치료가 이뤄졌다. 치료 과정은 어린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1년 이상 반복되는 입원 치료와 이후 외래에서 시행하는 유지 항암 치료가 예정돼 있었다. 게다가 치료 중 맹장염에 의한 복막염이 발생한 송 학생은 개복수술도 받아야 했다. 장래 희망이 파일럿이던 송 군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기내는 특성 상 기압이 낮아 수술 부위가 덧날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진희 교수(왼쪽)가 송수연 학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길병원]

이때 박 교수는 송 군이 좌절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또 병원 인근 고등학교를 다니던 송 군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오전에는 학업을 오후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송 군은 탈모, 체력저하, 종창(부기) 등의 부작용이 동반된 3년 간의 치료를 잘 극복했다. 지난 10월에는 혈액암이 깨끗이 제거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박 교수는 "송 군은 처음 봤을 때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무엇보다 고등학생이던 송 군이 학업을 포기해야 해서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고통은 매우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이 학교와 가까워 치료에 방해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송수영 군은 "오전에는 학교를 가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었다"며 "파일럿의 꿈을 접게 됐지만 나처럼 질병으로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박진희 교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치료도 끝난 만큼 향후 2년 간 공부에 집중해 의대에 진학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한 송 학생은 혈액암 환우의 멘토링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송 학생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극복했던 과정과 주변에서 받은 사랑과 배려를 되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편 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비롯해 다양한 혈액암을 치료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 치료를 제공해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모두 치료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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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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