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로봇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 소니가 로봇견 아이보의 생산을 중단하자 일본에서 상조모임, 인공 애완동물 병원 산업까지 형성돼

1999년 소니가 아이보를 개 당 2000달러 선에 처음 출시했다. 첫 판매분 3000개가 20분 만에 모두 팔려 나갔다.

1999년 소니는 ‘아이보’라는 로봇견을 미국과 일본에서 선보였다. 외부자극에 반응할 뿐 아니라 학습과 감정표현을 할 수 있었다. 당시의 보도자료는 그런 능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개체마다 주인의 칭찬과 꾸중으로 형성되는 행동을 포함한 고유의 개성이 발달될 수 있도록 한다.” ‘인공지능 로봇’의 줄임말인 아이보는 일본에서 곧바로 히트 쳤다.

마리 당 600~2000달러인 아이보는 몇몇 진짜 애완견보다 가격이 쌌다. 그리고 이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휴가를 떠날 때는 전원을 꺼놓으면 된다.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 8년간 로봇견을 소유한 모리 히데코가 AFP에 한 말이다. “정확한 의미의 산책은 시킬 필요가 없다. 때때로 다리를 들어올리는데 물 흐르는 듯한 소리가 난다. 아름다운 소리다.”

모리는 남편과 사별한 뒤 그 강아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아이보 주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특별한 인조 반려견에 애착을 갖게 됐다.

“아이짱이 없었다면 우리 거실이 얼마나 적막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아이보를 소유했던 마에카와 스미에가 여자 이름에 붙이는 애칭으로 부르며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아내와 함께 디지털 애완견 두 마리를 ‘기르는’ 마츠이 타츠오는 이렇게 덧붙였다. “소중한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절대 위험에 처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열성적인 팬 기반에도 불구하고 소니는 15만 대가량 판매된 뒤 2006년 로봇 애완견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의 주력 사업은 전자·게임·엔터테인먼트다. 하지만 수익성과 전략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당시 소니 대변인이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보 제품 라인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발표 뒤에도 소니는 몇 년 간 고장 난 아이보를 수리해 줬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애프터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주인들은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다른 곳을 찾아가야 했다.

“처음 찾아온 고객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 몸 상태가 안 좋은데 살펴봐주시겠어요?’“ 로봇견 수리공 후나바시 히로시가 AFP에 한 말이다. “그것을 로봇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며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니의 기술지원 중단으로 상조모임이 생겨났다. 아이보 열성 팬들이 수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돕는 모임이다. 그뿐 아니라 인공 애완동물 병원 산업까지 형성됐다.

“로봇견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 존재감과 개성을 느낀다”고 로봇견 수리업체 A펀의 나리마츠 노부유키 국장이 AFP에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정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공동 수리 노력으로 많은 아이보의 수명이 연장됐지만 부품 부족으로 그들 중 일부는 생을 마감해야 한다. 아이보의 점진적인 멸종 그리고 로봇 반려견의 사멸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로 소니에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사람들이 무생물이나 기계에 강한 애착을 갖게 되는 건 전혀 특이한 일이 아니다”고 사이버 심리학자 엘레너 발로가 말했다. 자동차에 이름을 지어주거나 어린애가 인형에 애정을 느끼는 등의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해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내재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다. 뭔가를 돌보며 더 큰 행복감을 느끼거나 또는 자식을 대신해 기르는 식이다.”

인공지능 기기들이 갈수록 현대인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심리학자 발로는 사람들이 로봇과의 교류로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미래를 내다본다. 그리고 아이보처럼 기계가 어떤 생명체를 닮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것이 사라질 때 더 큰 상실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로봇견 장례식은 이 같은 해석이 그렇게 터무니 없는 생각이 아님을 보여준다.

글=로렌 워커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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