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쌀값 4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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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북한 농민시장의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제관리 개선조치 직후 48~55원 하던 쌀 1kg이 불과 7개월 만인 지난 2월 1백30~1백50원으로 세배 가량 치솟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1백85~1백95원으로 네배 정도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 북한은 엄청난 인플레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쌀 1kg에 3백원을 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 주민들이 즐겨 찾는 외국산 담배의 경우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직후엔 1백~1백10원가량 했으나, 지난 2월에는 2백30~2백40원으로 약 두배가 됐고, 현재는 3백50원 정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함경남도 이원군의 경우, 지난달 현재 중고 컬러TV 가격은 최고 8만원, 중고 자전거 최고 5만원, 구두는 최고 4천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1 조치로 책정된 북한 근로자의 한달 평균 임금이 약 2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중고 컬러TV는 월급의 최고 40배, 중고 자건거는 25배, 구두는 두배나 되는 셈이다.

지난 9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주최한 대학생 아카데미에서 함경남도 이원군의 농민시장 물가를 소개한 서강대 김영수(金英秀) 교수는 "이는 지난달 말 북한을 탈출한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라며 "이원군의 경우는 바다를 끼고 있는 농어촌 지역이기 때문에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북한 농민시장의 물가가 이처럼 급격히 오르는 것은 공급이 크게 부족한 데다 물리적인 가격 통제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董龍昇) 북한연구팀장은 "현재 북한의 농민시장에선 가격 통제가 없어지고 너나 할 것 없이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며 "더 이상 무산자(無産者)와 유산자(有産者)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플레가 지속되자 북한 주민들은 화폐 가치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 화폐보다 달러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金교수는 "7.1 조치 직후엔 1달러에 1백50원가량 했으나 불과 석달 만인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서는 농민시장에서 3백원에 거래됐고 지난해 말 북한을 방문했을 때에는 5백20~5백50원으로 네배 가까이 치솟았다"면서 "현재 지역에 따라서는 1달러에 7백원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에 만연돼 있는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농민시장이 상품 유통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 외부의 자본과 물자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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