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호천사 조웅천 '변화구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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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승부의 짜릿함을 즐겨요."

젊은 SK의 '늙은 여우'조웅천(32.사진)이 달라졌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마무리는 부담스럽다"며 꽁무니를 빼던 그였다.

지금은 1점차 승부의 스릴을 오히려 만끽하는 표정이다. 살얼음 같은 1점차 승부에서 무려 다섯번이나 세이브를 올렸다.

현재 방어율 2.13인 조웅천은 2승1패11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를 독주하던 조용준(현대)을 어느새 1세이브 차로 바짝 뒤쫓으며 예상 밖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조웅천은 20일과 21일 문학 두산전에서 연거푸 세이브에 성공했다.

또 지난 17일 삼성전에선 8회말 12-9로 쫓기던 1사 2.3루의 위기에 등판해 위력적인 싱커를 앞세워 다섯 타자를 상대로 삼진 세개를 뽑아내며 무안타.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잠수함 투수'인 조웅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간계투였다.

예리하게 구석을 찌르는 변화구를 앞세워 팀 투수진의 '막강 허리'를 담당하던 조웅천은 올해 마무리로 자리를 옮겼다. 채병용(21)이 선발로 건너가면서 마무리 투수 자리가 팀의 아킬레스건이 된 것이다.

조웅천은 승리에 매듭을 지어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부담을 안고 팀의 약점을 든든하게 메우고 있다.

조웅천의 직구는 타자를 압도하진 않는다. 최고 시속은 1백30㎞ 후반에 그친다. 대신 변화무쌍한 변화구로 승부를 건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싱커와 헛스윙을 끌어내는 체인지업 등이 주무기다.

SK의 김봉근 투수코치는 "조웅천은 상대 타자의 장.단점을 제대로 꿰뚫고 있다"며 "특히 위력적인 싱커성 체인지업은 '언더 투수는 좌타자에 약하다'는 속설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말했다.

조웅천은 8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게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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