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읽기] 미국의 금리인상, 우리의 대응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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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호 22면

정확히 열흘 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로 내리더니 사흘 전에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인상 관련 논의가 공개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과 엇갈리는 금리정책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향후의 바람직한 금리정책 스탠스는 어떤 것일지에 대해 견해가 분분하다.

이번 FOMC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에 변화를 준 것이다. ‘patient(인내심)’라는 표현을 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되 노동시장과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를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9, 10월경부터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빠른 속도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제조업생산이 감소세를 보였고 수출 역시 3% 가량 줄어들었다. 그다지 굳건하지 못한 형편에 빠른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국제경제여건(International development)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점도 완만한 금리 인상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Fed, 금리 올려도 완만하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강세 흐름이 강화되면서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이 유출되고 금융불안이 야기된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2013년 5월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시사했을 때 이른바 ‘fragile four’를 중심으로 취약 신흥국들의 환율과 주가가 요동쳤고, 연말에는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는 테이퍼링이 예고되면서 시장불안이 확대되기도 했다. 실물경제 측면을 봐도 신흥국의 처지는 편안하지 않다. 글로벌위기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다 자원을 비롯한 신흥국의 주력수출품 가격이 2013년부터 줄곧 하락하고 있다. 물론 시장효율성 가설에 비추어보면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미 일정 부분 시장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상 시그널이 애초의 예상보다 강했다면 시장이 충격을 받았겠지만 이번 FOMC는 예상에 비해 완만한 신호를 줬다. 당일 미국 및 신흥국 주가가 오르고 신흥국 통화가 오히려 강세를 띠기도 했던 이유다.

강일구 일러스트

대외충격에 대한 국내 외환시장의 대응력이 개선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 안정성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보유액은 3600억 달러 대로 늘어난 반면 단기외채는 1150억 달러로 크게 줄었고, 특히 올해 경상수지흑자는 1000억 달러를 훨씬 넘을 전망이다. 지난 외환위기나 리먼사태 당시에 비해 금융경로를 통해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그렇지만 금리인상에 따라 취약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경제가 악화하면서 우리의 수출이 부진해지는, 실물경로를 통한 충격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은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세를 다지는 등 경제의 펀더멘털을 개선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신흥국 경제 악화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동시에 외환부문의 지표를 개선하는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주간 연달아 나온 기준금리인하와 10조원 추가부양계획은 금융과 재정을 조합한 시기 적절한 대응으로 볼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가능성에 대해서는 감독 및 대출심사 강화 등 미시적 대응이 우선이다.

미국, 금리조정 후 9~17개월 지나 대응
정책동조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금리인상에 금리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경우 우리도 언젠가 금리를 인상해야겠지만 일단은 통화완화 추세를 유지해 경기활성화를 꾀하고 일정 정도 시차를 두고 인상하는 방안이 보다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90년대 이후의 경험을 봐도 미국의 금리인상 혹은 인하 후 9~17개월 지나서야 금리 인상, 인하로 대응했다. 미국의 직전 금리인상기였던 2004년의 경우에는 오히려 두 차례나 낮추기도 했다. 미국의 정책금리와 신흥국 금융위기간 관계에서도 금리 인상 직후가 아니라 금리 수준이 충분히 높아진 이후에야 위기가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 금리인상에 대비할 시간이 남아있다.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환율을 일정범위 내에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트릴레마(trilemma)다. 자본의 국가간 이동성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선택은 경제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세 다지기 노력을 할 것인가 아니면 환율을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로 좁혀진다. 지금 우리 경제에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자명해 보인다.

신민영 LG 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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