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아, 미안" 골프맘 서희경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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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29·하이트)이 10개월 만에 LPGA 투어 무대에 복귀한다.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에서다.

 서희경은 클럽하우스 옆 잔디밭에 앉아 JTBC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도중 지난해 8월 태어난 아들 도현이에게 전할 영상 메시지를 요청했다.

남편 국정훈씨, 아들 도현 군과 함께한 서희경.

 서희경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뗐다. “일반적인 엄마들처럼 100%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하지만….” 그러다 울컥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서희경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만 하겠다거나 다시 촬영하자고 요청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고, 자신의 감정도 그대로 보여줬으면 했던 것 같다. 서희경은 “행복한 엄마로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회가 있을 때 (골프에) 도전해 보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말은 띄엄띄엄 이어졌지만 그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서희경은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 연습을 위해 미국 캔자스주 로렌스의 이모부 댁에서 1년을 살았다. 이모는 친절했지만 그는 엄마가 그리웠다. 어느 날 이모와 이모부가 외출을 했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면 안 된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불을 껐다. 캄캄한 곳에서 서희경은 혼자 있어야 했다. 어둠 속에서 벨이 울렸다. 불을 켤 수 없었다. 소리를 따라 캄캄한 방을 엉금엉금 기어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엄마였다. 울음이 터졌다.

 딸 둘을 키우면서 투어에서 맹활약한 줄리 잉크스터(55·미국)처럼 서희경은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들 도현이를 낳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은 아이에게도,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라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 국정훈(36)씨가 “지금 미련이 남는다면 40대, 50대가 되어서 마음이 허전할 것이다. 그 때 엄마로, 아내로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해라”고 복귀를 권했다. 서희경은 생각을 바꿨다.

 서희경은 절충안으로 2주간 대회에 참가하고 2주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이와 함께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산으로 쉬는 바람에 상금이 큰 메이저 대회에도, 아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아시안 스윙에도 나갈 자격을 잃었다. 차 떼고, 포 떼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셈이다. 서희경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무게를 16kg이나 줄였다고 했다. 그는 “우승을 여러 번 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며 “경기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홀가분하다. 후회 없이 겨뤄보겠다”고 했다. 서희경은 ‘필드의 패션모델’로 불리던 처녀 때보다 아이 엄마가 된 지금이 더 행복해 보였다. 눈물을 흘릴 때도 그랬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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