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협력업체들 비자금 조성 가담 의혹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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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포스코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포스코건설 협력업체들이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을 것으로 보고 회계자료 분석과 계좌 추적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17일 포스코건설 협력업체인 흥우산업과 흥우건설 등 세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1976년 부산에서 설립된 흥우산업은 연간 매출액 1800억원의 중소 건설업체로 2009년 9월 베트남 현지법인 ‘흥우비나’와 ‘용하비나’를 설립해 베트남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검찰은 오랜 기간 포스코건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흥우산업이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협력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2009~2012년 베트남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 공사 하청업체이던 흥우산업에 지급하는 하도급 대금을 부풀려 4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해외 비자금 조성액(107억원)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셈이다. 당시 흥우산업의 현지 법인인 흥우비나와 용하비나는 콘크리트와 자재를 납품하는 사업을 맡았다.

 흥우산업은 2001년 포스코건설의 전신인 포스코개발이 발주한 ‘영일만신항 어항시설 축조공사’를 수주하면서 포스코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4년간 4790억원 규모의 세종시 건설공사와 4대 강 사업 중 330억원 규모의 낙동강 30공구(330억원) 공사 등을 수주하면서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흥우산업에 있어 포스코건설은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발주처다.

 검찰은 특히 이철승(57) 흥우산업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 대표는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법조계와 정·관계에 탄탄한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흥우산업이 포스코건설의 국내 공사에 참여하면서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중에는 포항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건설업체 D사가 포함돼 있다. 영남 지역 기업인 A씨가 인수한 후 급성장한 D사는 포스코·포스코건설 관련 공사를 수주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특히 정준양 포스코 회장 재임 시절(2009~2014년) 포스코 관련 공사를 잇따라 따내면서 연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검찰은 D사가 베트남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포스코건설 공사에 참여하면서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A씨가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실세 그룹으로 불린 이른바 ‘영포라인’과 친분이 두텁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확인하기로 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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