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홍수 등 긴급상황에 쓸 재난기금…주차장 설치 등에 썼다가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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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홍수가 발생했을 때 긴급보수와 이재민 구호에 쓸 기금을 주차장과 홍보용 전광판에 사용한 지방자치단체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상당수 자치단체는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쓰기 위해 의무적으로 쌓아둬야 하는 재난·재해기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는 대신 청사 건립 등을 위한 기금은 넉넉하게 쟁여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8일 발표한 ‘재난·재해기금 운영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광역시 등 23개 자치단체는 재난관리기금 의무적립액의 총합이 1조5920억원이지만 6050억원(38%)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자치단체는 청사 건립 등에 쓰이는 자체기금으로는 모두 1조8724억원을 쌓아놓고 이었다. 감사원은 “일부 자치단체가 의무가 없는 자체기금에는 돈을 적립하면서도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법정기금인 재난·재해기금의 적립은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립한 재난·재해기금의 사용도 엉터리였다. 서울 강남구는 2013년 12월 선정릉 빗물 저류조(지하 1층 주차장, 지하 2층 빗물 저류조)를 만들면서 재난관리기금의 용도와는 무관한 지하 1층 주차장 설치비용 2억원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집행했다. 충남 서산시와 당진시는 2010년 11월 창포천 정비사업(총사업비 2억원), 2013년 11월 진관2리 세천 정비공사(총사업비 1억2000만원)를 각각 시행하면서 당초 사업계획에 없던 도로포장 공사를 추가한 뒤 재난관리기금에서 각각 2300만원과 3300만원을 썼다. 충남 논산시는 2012년 3월 시정 홍보용 LED 전광판 설치사업을 추진하면서 설치비 4억원 중 절반인 2억원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충당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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