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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관심병 환자'의 우울을 아시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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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최근에 책을 한 권 낸 후(자기 홍보!),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수줍은 성격이라 생각해 왔으나 실은 남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관심병’ 증세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SNS를 순례하며 어떤 평이 올라왔는지 확인한다. 좋았다는 반응에는 금세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된다. 다른 책을 칭찬하는 글에는 괜한 질투가 스멀스멀. 10점 만점에 7점을 준 한 블로거의 글을 발견한 날은 종일 우울했다. 왜 7점인데? 뭐가 맘에 안 든 거냐고!

 2009년 트위터가 한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미국 작가 미셸 카탈라노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트위터 계정이 유명 스타 사이에 끼여 ‘친구 추천 목록’에 오르면서 순식간에 팔로어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처음엔 “이거 굉장한데!” 흥분했던 그는 팔로어들의 지나친 관심과 공격에 오래지 않아 공포를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나는 전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됐고, 자기 회의에 상처 입은 구멍 숭숭 뚫린 벌집이 됐다.” 최근 출간된 데이비드 즈와이그의 책 『인비저블』 에 등장하는 사례다.

 이 책은 유명해지는 것이 곧 성공이며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을 포장해야 한다는 ‘자기 홍보의 시대’에 던지는 경고를 담고 있다. 저자는 SNS를 통해 확산되는 허황된 인정 욕구와 질투의 감정에 주목하면서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인비저블(Invisible)’들을 소개한다. 스타 건축가가 아닌 구조공학자, 인기 밴드 멤버가 아닌 음향 테크니션, 외교관이 아닌 동시통역사 등 명성에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책에 소개된 이들의 삶은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데서 조용하지만 진짜 충만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상에서 주목받기 위해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증상을 꾸며내는 ‘뮌하우젠 증후군’에서 나온 말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대학 합격 소식에 질투를 느껴 친구의 개인정보를 추적해 합격을 취소시킨 재수생도 있었다. ‘날 좀 봐 주세요’ 경쟁이 만든 그늘, 『인비저블』의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물어보라. 당신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러닝머신 위에서 뛰며 남들과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에게 도전해 영원한 보상을 얻을 것인가.”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