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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녹색매장, 한국 친환경 소비·생산 노하우로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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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유엔환경계획 등 국제기구와 손잡고 아세안 국가들이 지속가능 소비·생산 정책을 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월 개장한 말레이시아 최초의 녹색매장인 ‘GR!N Store’ 1호점에서 말레이시아 친환경인증기관(SIRIM), 말레이시아 녹색구매네트워크(GPNM), GR!N Store를 개장한 친환경업체(Symbion Biotech)의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의 프탈링자야시에선 말레이시아 최초의 녹색매장인‘GR!N Store’ 1호점이 개장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013부터 2014년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김용주 원장·사진) 주관의 연수를 통해서 녹색매장 개념·내용·사례를 알게 됐다.

말레이시아에 녹색매장을 알려준 연수는‘아세안+3 녹색구매·에코라벨링 역량 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중국환경보호부가 공동으로 45만 달러를 UNEP(유엔환경계획)에 출자해 추진하고 있다. 올해까지 한국·중국·일본의 경험에 기초해 녹색구매와 에코라벨링 통합정책을 아세안 국가들에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지속가능 소비·생산(Sustainable Consumption & Production, 이하 SCP)이란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걸쳐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감소시킴으로써 기존의 지속 불균형한 생산과 소비 패턴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SCP에 대한 논의는 1992년 UN에서 시작됐다. UN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 불균형한 소비·생산이 환경 문제의 주범이라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 진전은 2002년의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Rio+10)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세계적으로 SCP를 보급하기 위해‘지속가능 소비·생산 10개년 계획(10YFP)’의 수립을 결의했다. 10YFP이란 소비자정보·지속가능구매·건축·관광·식품시스템 및 생활습관과 교육 등 6개 우선분야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후 2012년 열린 UN환경개발회의(Rio+20)에선 10YFP을 채택하고 이사회와 사무국을 구성함으로써 국제적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지난해 7월엔 전 세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에 SCP가 중점 분야로 포함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3년 9월 UN 총회를 통해 출범한 ‘UN 지속가능 소비·생산 이사회’의 이사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그린카드·녹색전자조달 등의 SCP 정책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녹색구매제도는 UN이 2012년 발간한 ‘지구 지속 가능성 고위급 패널 보고서’에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아세안+3 녹색구매·에코라벨링 역량강화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아세안 국가와 한·중·일 상호 간에 우리의 SCP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아세안 국가들이 이를 정책으로 확립할 수 있게 제도 설계와 운영에 관한 지식을 전수하는 등 돕고 있다.

지난해 4월엔 UNEP·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와 ‘10YFP 지속가능 공공구매(SPP)’프로그램 공동 주관 기관으로 선정돼 세계의 지속가능 공공구매를 선도하고 있다. 또 개도국의 지속가능 소비·생산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UNEP와 ‘10YFP 신탁기금 협정서’를 체결하고 2015년부터 3년간 3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개도국의 지속가능 소비·생산으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관련 정보의 전파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올해 1월엔 10YFP SPP 프로그램의 성과 등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간했다. 우리의 SCP 정책 운영 정보를 수록한 ‘한국의 지속가능 소비·생산 정책 핸드북’을 발간해 전 세계 2000여 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한국은 1992년 환경마크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 SCP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는 제품의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적게 일으키거나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해 로고와 설명을 표시하도록 하는 정부인증제도다. 지난 1월 말 현재 2092개사의 1만3345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 2009년부터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탄소배출량을 표시하는 탄소성적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월 말 현재 190개사에서 1681개 제품에 탄소배출량을 표시하고 있다.

공공녹색구매제도는 2005년 녹색구매촉진법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전국의 3만여개 공공기관의 녹색구매를 의무화했다. 2013년도에만 2조원의 구매 실적을 기록했다. 2011년도엔 녹색매장지정제를 도입했다. 친환경제품을 취급하며 환경관리가 우수한 유통매장을 지정하는 제도로, 이달 현재 253개 매장이 지정됐다. 2011년에는 그린카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제품 구매 포인트 지급, 대중교통 요금 할인, 가정 내 가스·전기·수도 절약 포인트 지급, 지자체 공공서비스 이용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1월 현재 970만좌가 발급됐다.

이 같은 SCP 제도를 통해 연간 37조 규모의 친환경제품 시장이 형성됐으며, 한국 산업계의 환경기술 수준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용주 원장은 “한국은 지속가능 소비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국제기구와 함께 한국의 관련 정책을 국제사회에 모델로 보급하며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 소비·생산의 리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승수 객원기자 sngskim@joongang.co.kr

◆에코라벨링=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표시하는 제도. 영국·미국 등 전 세계의 47개 국가에서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환경마크, 탄소성적표지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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