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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미 대사에게 선물한 장승업 작품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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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의 10폭 병풍화 ‘기명절지도’가 미국 뉴욕에서 처음 일반에게 공개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MET)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부문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아시아 100’이라는 주제로 19건의 전시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한국을 주제로 한 ‘한국: 100년의 수집 역사’에 오원의 ‘기명절지도’가 포함됐다. 이 전시를 기획한 MET의 이소영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대부분의 ‘기명절지도’는 화폭 1~2점만 남아있을 뿐인데 오원의 작품은 10개의 화폭이 온전히 보존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더욱 높다”고 밝혔다.

조선 후기 19세기에 유행한 ‘기명절지도’는 화초ㆍ청동기 등을 소재로 한 정물 수묵화다. 오원이 사망하기 3년 전인 1894년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병풍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당시 주한 미국대사인 새뮤얼 버거에게 기증한 것이라고 MET 측은 밝혔다. 맨 왼쪽 병풍에 장승업의 서명과 낙관이 들어가 있다. 맨 오른 쪽에는 ”1964년 7월 9일, 대한민국 박정희 대통령이 주한 미국대사 새뮤얼 버거에게 선물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 이 큐레이터는 “버거 전 대사의 가족이 보관하다가 지난해 여름 MET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MET는 홈페이지에서 이 작품을 소개하며 “당대 최고 화가였던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20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정물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드물고도 아름다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국: 100년의 수집 역사’ 전시는 MET가 소장한 530여 점의 한국 미술품 가운데 70여 점을 내년 3월 말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오원의 ‘기명절지도’ 외에 조선 후기 문신 윤동섬(尹東暹, 1710∼1795)의 초상화도 대중에 첫 공개된다. 윤동섬은 이 작품 속에서 물소뿔과 금으로 만들어진 관대를 착용, 그가 종2품 관직에 봉직된 1790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15세기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고려시대 불화 ‘수월관음도’와 ‘지장보살도’도 공개된다.

한편 토머스 캠벨 MET 관장은 이날 동양 미술품 저명 수집가 메리 그릭스 버크 여사가 보유한 ‘버크 컬렉션’을 기증받게 됐으며 이 중 한국 미술품 90점이 포함됐다고도 밝혔다. 일본 미술품이 850점으로 가장 많고 중국 미술품은 65점이다. 한국 미술품 가운데는 조선시대 금동보살상과 조선 중기 화가 이정의 수묵화,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 등이 꼽힌다. ‘석가삼존도’엔 조선 명종 20년인 1565년 문정왕후가 아들 명종의 병세 회복과 세자의 탄생을 기원하며 제작했다는 스토리도 깃들어 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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