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빠도본다] 믿고보는 아티스트가 온다

중앙일보

입력

1. 당신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삶과 죽음, 인생의 이면을 비디오로 그려내는 현대 영상 시인, 빌 비올라(64)의 개인전이 열린다.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지난해 공개되면서 ‘현대판 성화’로 화제를 모았던 ‘순교자’ 시리즈 중 ‘물의 순교자’, 어머니와 아들이 모래바람 부는 뜨거운 사막을 걸어서 건너는 여정을 담은 ‘조상’, 검고 붉고 희고 투명한 액체를 차례로 뒤집어 쓰며 고통과 두려움 속에 변모하고 재생되는 인간을 보여주는 ‘도치된 탄생’ 등 지난 3년간 만든 신작 일곱 점이 출품됐다. 젊은 시절 백남준의 조수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시간은 무한하되 가질 수 없다.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우리는 비디오나 기술을 활용해 때로 그 방향을 되돌린다”라고 말했다.

◇빌 비올라= 5월 3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무료. 02-735-8449.

2. 그녀니까 가능하다
숨이 차고 기가 차는 프로그램이다. 바흐-부조니의 샤콘느, 슈만 교향적 연습곡, 스크리아빈의 네 곡을 하루에 연주한다. 이틀 후엔 베토벤 소나타, 리스트 소나타, 브람스 소품 15곡, 그리고 쇼팽의 연습곡 24곡 전곡을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그리고 다음 날 같은 프로그램을 한 번 더 반복한다. 그러나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들으면 이해가 갈 것이다. 발렌티나 리시차. 건반 위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날아다니는 금발의 검투사다. 아마 이번 무대에서도 불꽃이 튀고 승자가 가려질 것이다. 리시차냐 피아니스트냐.

◇발렌티나 리시차 독주회=3월 18일 오후 8시 용인포은아트홀, 20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 2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만~13만원, 1544-5142.

3.전시의 권력은 누구에게?
‘참여 권하는 전시’가 지난 10년간의 트렌드, 이 전시는 거기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대미술관의 ‘숭고의 마조히즘’전은 도입부에서 ‘전시 공간에서 작품과 관객 중 누구에게 더 큰 힘이 주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작가는 슬픔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작품을 통해 기쁨을 느꼈다면 작품의 의미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등의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주민선 선임학예연구사는 “관객 참여 방식의 전시는 얼핏 관객에게 작품을 완성할 주도권을 넘겨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참여 방식을 제어한다”라고 지적한다. 출품작들은 이렇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합성한 사진, 영화 속 수평선 장면만 편집한 영상, 사실상 제목이 없는 설치 등등.

◇숭고의 마조히즘= 4월 19일까지. 서울대미술관. 일반 3000원, 청소년 2000원. 02-880-9508.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