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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몰리는 대학 … 경력 초빙 93%가 고위 공직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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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취업 길이 막힌 ‘반퇴’ 공직자들이 찾는 주요 탈출구는 대학이다. 정식으로 임용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은 정부의 ‘전문 경력인사 초빙 활용사업’에 의존한다. 한 주당 3시간 이상 강의하면 정부가 매달 300만원을 준다. 정부가 지원하는 한 해 예산만 약 110억원이다. 올 상반기에 대상자로 선정된 89명 중 83명(93%)이 고위 공직자(2급 이상의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임원) 출신이었다. 이들이 대학에 가면서 문을 연 강좌 205개 가운데 33개는 수강생이 10명 이하였다.

 세월호 참사 늑장 대응 논란 끝에 지난해 7월 사퇴한 강병규(61) 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장관도 이 사업의 수혜자다. 올 1학기부터 한림대에서 지방행정학을 강의한다. 그와 동반 사퇴한 이경옥(57) 전 안행부 제2차관은 전북대에 자리를 잡았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을 역임한 백운현(59)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은 한국해양대로,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지낸 정창수(58) 전 인천국제항공공사 사장은 상지대로, 대전시장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박성효(60) 전 국회의원은 충남대로 각각 초빙됐다.

 이 사업은 ‘정책과 연구 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활용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직자 출신들의 독식현상이 심해지면서 민간 출신에겐 ‘바늘구멍’이 됐다. 정진후(정의당) 의원은 “전관예우의 ‘숨은 밥그릇’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재취업 문이 좁아짐에 따라 이에 눈독을 들이는 공직자들은 더욱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총 162명이 신청했는데 그중 104명이 고위 공직자 출신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10명 중 66명이었다. 한 해 사이에 공직 출신 지원자가 58% 늘어났다. 재취업 제한 강화가 빚은 현상 중 하나다.  

이상언 기자

◆전문 경력인사 초빙 활용사업=2급 이상의 퇴직 공직자, 임원급 이상의 민간 기업 출신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대학·연구소가 활용토록 한다는 취지로 1994년에 정부가 만들었다. 한국연구재단이 매년 150명 안팎을 선정해 최장 3년간 한 해 3600만원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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