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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레저] 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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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추위가 싫은가. 출퇴근길마다 불어오는 칼바람, 그리고 그 바람 때문에 떨어질 듯 쓰라린 귓불. 손끝 발끝은 곱다 못해 아예 욱신거리기 시작하고….

이렇게 온몸 오그라들게 하는 추위가 싫은가.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라. 우선 이런저런 휴일을 붙여 겨울휴가를 마련하자. 그리고 피지행 비행기표를 끊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아직 반년은 더 기다려야 우리를 찾아 줄 여름을 마중 가는 게다. 막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남반구의 태양. 그 아래 서면 피부 아래 박혀 있던 얼음 모두를 녹이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

*** 이름마저 보물섬, 트레저

피지의 관문 난디 공항. 이곳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데나라우 선착장에 닿는다. 여기서 페리를 타고 다시 30분. 그러면 트레저 아일랜드에 도착할 수 있다. '트레저'는 영어로 보물. 따라서 트레저 아일랜드를 우리말로 풀면'보물섬'이 된다. 옛날 옛적 해적들이 이 외진 섬 한구석에 보물이라도 묻어놓은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보물이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 풍광만으로도 보물섬이라 불리기에 충분하기 때문. 그만큼 이 섬은 물빛이 맑고 투명하기로 피지에서도 유명하다.

트레저 아일랜드는 아주 작은 섬. 외곽선을 따라 객실인 원주민식 단층집 '부레'를 촘촘하게 지어놨는데 그 수가 고작 67채다. 머무는 이들이 많지 없으니, 당연히 조용하다. 한적, 그 자체다. 대신 시설이나 서비스에서 '특급'을 기대해선 안 된다. 모던함보다는 자연미를 좇는 '유럽식 휴양지'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들어와 그저 푹 쉬다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너무 청정해서인지(?) 모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부레마다 딸린 해먹에 누워 밤 하늘을 보면 별들이 말 그대로 쏟아진다.

*** 입맛대로 논다, 말롤로

데나라우에서 페리로 한 시간을 미끄러지면 닿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보물섬, 말롤로 아일랜드. 이 섬은 트레저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따라서 뛰어난 시설이나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놀 거리와 할 거리가 준비돼 있다. 우선 말롤로에선 다양한 해양 스포츠가 가능하다. 스노클링을 즐기거나 카누, 바나나 보트 등을 타는 것은 기본. 물살이 높지 않으면 가까운 바다로 배를 끌고 나가 '남태평양 손맛'을 볼 수도 있다. 이 밖에 쾌속정에 달린 낙하산을 타고 섬을 굽어보는 패러 세일링도 가능하다.

혹시나 이런 것들을 다 하고도 지루하다면 말롤로를 잠시 떠나볼 수도 있다. 쾌속정을 타고 주변의 무인도로 나가 한나절 놀다 돌아오는 '아일랜드 호핑'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 마침 말롤로 주변에는 그림 같은 무인도들이 널려 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찍었던 몬드리키 아일랜드도 그중 하나.

이곳에선 수영.스노클링과 함께 하이킹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돌고래들이 떼로 출현하는 지역도 말롤로에서 쾌속정으로 달리면 30분 안에 닿을 수 있다.

*** 꼭 푸를 필요는 없다, 소나살리

'카라카라와'. 피지 원주민들의 말로 '푸르다'라는 뜻이다. 피지의 섬들은 남태평양의 낙원답게, 하늘도 바다도 '사루이(매우) 카라카라와'하다. 그런데 모든 섬이 그런 건 아니다. 데나라우에서 강 같은 좁은 바다만 건너면 닿을 수 있는 곳, 소나살리 아일랜드. 이곳은 피지에서 보기 드문 '블랙 비치'를 자랑한다. 블랙 비치는 검은 모래 때문에 물빛까지 검은 해변. 당연히 남태평양의 전형적 이미지와는 다르다. 이런 걸 모르고 섬을 찾으면 물빛을 탓하며 짜증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장점이 많다. 우선 피지의 다른 섬들은 얕은 바다가 거의 모두 산호초에 점령당해 있다. 수영하다 떠밀리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소나살리의 바다는 바닥이 부드러운 검은 모래로 이뤄져 있어 바다 수영을 즐기기엔 더 없이 좋다. 게다가 찜질을 했을 때도 여느 모래보다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물빛을 만회하려는 듯 리조트가 훌륭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소나살리의 장점. 특히 '부레'형 숙소의 테라스에 설치된 자쿠지에서 남태평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거품 목욕은 압권이다.

<피지> 글.사진=남궁욱 기자

*** 여행정보

피지는 뉴질랜드에서 북쪽에 있는 나라다. 모두 33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섬 나라. 시간 경계선이 시작되는 곳이어서 '가장 빨리 아침을 맞는 나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한국보다는 3시간 빨라 시차가 크지 않다. 지구 남반구에 있어 12월부터 2월까지가 본격적인 여름. 지금 피지에 가면 온몸이 노곤해지는 여름을 느낄 수 있다. 대한항공이 인천-난디간 직항노선을 주 2회 운항 중. 말롤로 아일랜드 4박6일 신혼여행 상품이 219만원, 트레저 아일랜드 3박5일 가족여행 상품이 169만원이다. 데나라호의 셰러턴 리조트에 머무는 3박5일 상품은 149만원이다. 성수기 요금은 달라질 수 있다. 문의는 피지 전문 '루카스 여행사(www.fijidaq.com)'.

전화 02-884-4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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