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테이프 발 묶고 옛 시어머니 살해한 며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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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며느리가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전 시어머니를 살해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13일 오후 6시20분쯤 경북 예천군의 한 단독주택에서 유모(80) 할머니가 두 다리에 청테이프가 감긴 채 엎드려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했다. 유 할머니는 몸 일부에 멍이 든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라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전 며느리인 김모(44)씨의 차량이 13일 유 할머니가 사는 마을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차량 앞·뒤 번호판에 물묻은 휴지를 붙여 번호를 가렸으나 경찰은 어렴풋이 드러난 번호를 판독해 김씨 소유임을 알아냈다.

경찰은 지난 14일 김씨를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했다. 처음 김씨는 경찰에서 "예전 시어머니에게 갔다 온 것은 맞지만 살해하지는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다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 과정과 동기를 털어놨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자백한 범행 동기는 자녀 양육비였다. 김씨는 약 10년 전부터 남편과 별거했고, 2010년 이혼했다. 이혼할 때 남편은 매달 80만원 양육비를 보내기로 했으나 한번도 받지 못했다.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러 수도권을 전전하는 남편과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옛 시어머니에게도 양육비를 요구했지만 시어머니 역시 형편이 어려웠다. 2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뒤 함석지붕 허름한 집에서 6남매 자녀들이 조금씩 주는 돈으로 살아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현재 10대가 된 남매를 혼자 힘으로 키우려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해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다시 옛 시댁에 도움을 청했으나 허사였다. 경찰은 "생활고에 지친 김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3일 예전 시어머니 집으로 갔다. 경찰은 "시어머니가 발버둥치면 제압하려고 차 안에 있던 먼지 제거용 청테이프를 들고 집 안에 들어갔다"고 했다. 잠시 말다툼을 벌인 김씨는 옛 시어머니를 넘어뜨린 뒤 다리를 청테이프로 묶고 목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15일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예천=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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