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이건 지지 무드 압도적|뉴·햄극셔 예비선거현장을 가다 장두성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먼데일」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 택시를 탔다. 모든 외국특파원의 기사 뒤에는 현지 택시운전사가 중요한 「소식통」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외국 특파원들 사이에 자주 오가는 농담이 있다. 급한 때는 그게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운전사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 아마 민주당 소속이지요?』
『그렇소.』 여기까지는 쉽다. 민주당과 노조사이의 관계가 밀접한데다 이번 선거에는 미국노조 총연맹 (AFL-CIO)이 「먼데일」을 지지하기로 방침을 굳혔기 때문에 운전사가 민주당 소속이었을 확률은 아주 컸다. 그러나 그 다음 대화에서 예기치 않은 대답이 나왔다.
『예선 날엔 누구를 찍을 생각입니까?』
『「레이건」을 찍어야지요.』
『아니, 「레이건」은 공화당 아닙니까?』
『민주당 후보는 모두 쓸모 없는 친구들뿐이니 할수 없지요』
거기서 대화는 끊겼다. 벌써 차가 유세장에 도착했고 운전사는 요금을 독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한달째 미국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1천여명의 기자·선거운동원·여론조사원·정치학도 등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을 테니까 똑같은 대답을 하기가 짜증이 나서 이 아시아인 기자를 골탕먹이려고 엉뚱한 대답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 운전사의 험상스런 얼굴에서 그런 짓궂은 표정을 본 듯도 하다. 그가 「레이건」을 찍겠다는 말이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3일간 뉴햄프셔의 각 도시를 돌아보면서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기자는 적어도 대통령 선거를 9개월 앞둔 이 시점에서 뉴햄프셔라는 극히 보수적인 이 뉴잉글랜드지방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모든 민주당후보에 대한 인기를 압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맥거번」 후보의 도착을 길거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56세난 「사라」라는 한 부인은 『「맥거번」이야말로 참으로 양식 있는 정치가』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대통령은 역시 「레이건」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옆에 둘러섰던 다른 「맥거번」지지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뉴햄프셔의 이런 분위기는 물론 미국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뉴잉글랜드 지방은 개인주의와 실용주의를 뼈대로 하는 이른바 「양키」 전통의 본산이다.
「레이건」이 소득세감면을 공약하기 훨씬 전부터 이주에는 소득세와 판매세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레이건」대통령의 소득세감면정책을 꿈속에서도 환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이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레이건」을 지지하는 것이 크게 이상할게 없다.
문제는 이런 특수 조건 아래서 뉴햄프셔의 주민들이 보이고 있는 친 「레이건」 성향이 미국전체에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레이건」 대통령과 「먼데일」또는 「글렌」이 지금 당장 대통령선거에 돌입할 경우 어느 쪽이 더 우세할까를 미리 진단하기 위해 최근 실시한 세단체의 여론조사는 하나가 동점을 기록했고 다른 두 조사결과는 「레이건」이 안전한 격차로 승리할 것을 예고했다.
따라서 민주당후보에 누가 지명되든 간에 그들이 현재의 추세를 역전시키는 것이 최상의 과제다.
아직은 서로가 키 재기만 하고 있는 뉴햄프셔의 첫 예선전야에 그와 같은 과제에 대한 인식이 전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구당요원들 앞에 8명의 후보들이 나와 인사를 한 24일 밤의 이른바 「75달러짜리 모금만찬」에서 사회를 맡은 「모리스·유들」 전대통령 후보는 이렇게 타일렀다.
『승리자가 관대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패자가 승리자에게 관대하기는 극히 어렵지만 현명한 것이다. 눈앞의 승리 (첫 예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후에 공화당이 폭탄으로 쓸수 있는 비난을 동료 후보에게 던져서는 안된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홀링즈」 후보는 『민주당은 지출을 많이 하는 정당 (사회복지면 등)이며 국방에 약한 정당이란 인상을 씻기 전에는 「레이건」이 승리한다는 걸 명심해야된다』고 경고했다.
맨체스터 시에서 만난 한 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가 양대 당간에 치열한 논점이 될 수 있는 중요 이슈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후보가 열세를 만회할 계기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먼데일」 후보는 「레이건」의 「건망증에 걸린 지도력」에 공격의 화살을 보내고 있지만 경기회복에다 「레이건」이 풍기는 낙관적 미국관에 일반국민들이 매료된 상태에서는 구체적인 위기로 지도력의 문제가 부각되기 전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그런 수세에서 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먼데일」 진영에서는 이번 뉴햄프셔 예선에서 차점자와 큰 표차를 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이어 다시 한번 선두주자로서의 입장을 강화하면 대의원의 과반수가 결정되는 3월말쯤 대세가 판명되어 「레이건」에 대한 민주당의 단합된 공격이 조기에 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