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TV 정말 덤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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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상무성이 한국산 컬러TV 수출에 대해 덤핑 판정을 내렸다는 소식은 국내 관련 산업계뿐 아니라 양국무역의 순조로운 확대균형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우리는 미국상무성의 이같은 판정이 몇 가지의 불합리한 근거 자료와 양국무역에 관한 몇 가지의 편견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먼저 지적되어야할 덤핑판정의 불합리한 근거는 문제가 된 대미수출컬러 TV의 시장· 원가조사의 타당성이다.
우리는 원천적으로 시장구조와 분포, 유통조직과 마케팅전략, 제품기능 등에서 천차만별의 다양성을 지닌 시장현실을 몇가지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무리와 불합리를 내포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컬러TV 만해도 그렇다. 우선 이런 유의 고도기술 공산품은 다양한 기능과 규격 때문에 시장분포와 마케팅전략이 규격별·제품별로 크나큰 차이가 있고 그런 다양성 때문에 제품의 마진율도 서로 다르다.
특히 컬러 TV 같은 전자기술 제품 등은 기술혁신과 진보가 너무나 빨라 상품의 라이프싸이클이 다른 공산품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것이 현실이다. 자국 시장에서의 마진과 상품수명조차 이처럼 다른데 하물며 국제시장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현실을 덮어두고 특정제품의 덤핑율을 자의적 기준으로 판정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일방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무성의 판단 근거에 대한 자료를 접하지 못한 현재로서는 이처럼 덤핑률 판단자체에 의문을 갖지 않을수 없다.
더우기 이번 덥핑률 산정에 대한 우리의 크나큰 의문은 지난해 10윌의 이른바 예비판정에서 내려진 덤핑률 3·15%가 어떻게 최종 판정에서 다섯배 가까이 늘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통상적인 관례에 비추어 예비판정보다 최종판정이 더 엄격해진 점은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판정이 다분히 의도적이며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더욱 곤혹스러운 점은 이같은 결정이 사상최대 규모의 구매사절단 방미를 앞두고 내려진 점이다.
새삼 이 사절단의. 의미를 부연하는 것보다는 현재 한미통상관계에 걸려있는 여러 가지 현안문제들을 전향적 자세로 해결하려는 한국 측의 여러 진지한 노력들이 제대로 상대방에 평가되지 못하고있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는 양국의 호혜적인 통상확대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 아니라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시장의 확대에도 장애가 될 뿐이다.
물론 우리는 그것을 위해 질서있는 무역이 필요한 점과 어느 일방의 과도한 충격을 피해야한다는 원칙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원칙의 추구에는 보다 순리적이고 협조적인 조정과 협의과정이 필요함을 지적할 뿐이다.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보호장벽의 강화만으로는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음을 서로가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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