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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배틀배틀]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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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프로게이머가 돼 스타리그에서 뛴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요즘 나는 새삼 초심을 기억하고,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느낀다. 스타크래프트뿐만 아니라 고도의 심리적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도 기억한다. 처음 예선을 통과하고 스타리그에 올라갔을 때의 그 기쁨을 말이다.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연습했다. 아니, 그땐 너무 설레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 앞에서 결승무대에 올랐을 때에는 정말 떨렸다.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결승무대에 서는 자체가 두렵고 힘들었다.

그런데 이젠 다른 무엇보다 간절한 것이 바로 '결승무대'다. 결승무대에선 정말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땀과 눈물, 열정과 두려움, 승부욕과 자만심 등을 그 모습 그대로 만난다. 그건 늘 절정의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결승무대를 한 번씩 치를 때마다 성큼성큼 자라는 나를 느낀다.

초심을 되새긴다는 말은 일종의 '채찍질'이다. 그걸 생각하면 연습 때도, 전략을 세울 때도 게을러질 수가 없다. 꼼꼼하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게 된다. 내 실력에 대해서도 겸허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게 된다. 초심을 잃지 않을 때 늘 좋은 성적이 나왔다. 남들은 나를 보고 '노장'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늘 '신병'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임요환의 배틀배틀' 연재를 6월 9일부터 시작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프로리그 전기우승, 스타리그 결승 진출 등 많은 승부가 펼쳐졌다. 이 코너에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나를 지탱한 '초심'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항상 새로운 열정과 참신한 전략으로 무대를 감동시키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 세련된 매너보다 무대 뒤에서 흘린 땀과 눈물로 팬들을 흔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동안 이 코너를 아껴주신 많은 분께 감사를 드린다. 이젠 지면이 아니라 프로게이머 활동을 통한 임요환의 진정한 '배틀배틀'을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임요환 프로게이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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