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예술'을 입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잿빛 하늘, 숨막히는 자동차 행렬, 눈길을 막는 고층 건물….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재활을 위해 지금 우리 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미술가들이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하겠다고 모였다.

공원에 미술품 같은 의자를 놓고, 자투리 땅에 놀이조각을 세운다. '쾌활한 도시여, 되살아나라'를 주문처럼 외치는 작가들이 신났다. 제대로 된 공공미술을 모색하는 거리미술전이 그들 손에서 5~6월 서울 곳곳에 피어난다.

25일부터 6월 15일까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빌딩 앞 거리에서 벌어지는 '거리의 회복-도시를 위한 아트 오브제'는 일상생활이 요구하는 미술에 철저하려는 화가와 조각가들이 참가했다. 여러 차례의 모임을 통해 우리 도시의 꿈을 자극하는 단위로 '색.놀이.소리.휴식.여행.명상.유머.동심.게으름'등을 뽑았다.

원색으로 채색한 김주호씨의 나무 동물상은 벤치 위에 앉아 행인들에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를 들려준다. 정현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드리고 만져볼 수 있는 타악 조각을 내놓는다. 안규철씨가 선보일 움직이는 의자 작업은 사유하는 도시인들을 위한 쉼터다.

전시를 기획한 박삼철 '아트컨설팅 서울'소장은 "미술과 행인이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연대감 넘치는 공공미술로 즐거운 거리, 살 만한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6월 11일 오후 6시 일주아트하우스 세미나룸에서 '공공미술, 현장의 실천'이란 주제로 심포지엄(02-723-7277)도 연다.

외국 작가들도 한국인들을 위해 팔걷고 나섰다. 22일 오후 5시30분 서울 남산공원과 평화공원에서 막을 여는 '벤치마킹 프로젝트'는 스위스 작가 10명과 국내 작가 15명이 함께 한 '아트 벤치' 기증 행사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과 로렌스 제프리스㈜ 가 주최하고 국내외 기업체 15개가 협찬한 이 공공미술 프로젝트(02-551-2741)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중립국감독위원회 설치 50돌 기념도 겸하고 있다.

두 공원에 각기 25점씩 설치될 나무 벤치는 두 나라의 화가와 조각가, 설치미술가,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예술 의자'로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갤러리 아트사이드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후원으로 오는 6월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아트 벤치'전(02-725-1020)을 열 계획이어서 서울 시민들은 올 여름을 미술품과 함께 한결 시원하게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