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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월2일
유엔총회가 영국과 인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44·기권9·반대7표로 중공을 침략자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이다.
이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미얀마·인도, 그리고 소련블록의 5나라를 합하여 모두 7개국이다. 이 결의안은 중공에 「중공군대와 국민들의 적대행위를 중지시키고 한국에서 철수하라」는 것이며 「유엔은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군사행동을 계속한다」는 것으로 유엔회원국으로 하여금 한국에 계속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한다.

<장면씨 총리직 수락>
상오 10시에 대구를 떠나 우리는 부산으로 왔다. 「무초」 대사가 비행장에서 우리를 전송하였다. 2시에 각료회의가 있었는데 드디어 장면씨가 총리직을 수락했다. 우리를 수행해온 신국방이 장면박사와 이야기를 했었는데 신국방은 장박사가 지금은 총리직을 어쩔수 없이 수락해야할 처지라고 말했다.
만일 장박사가 총리직을 맡지 않으려면 총리에 지명됐던 당시인 두달전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장박사는 한국체류를 두려워한다고 헐뜯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그는 할수 없이 총리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4시쯤 양성봉 경남도지사가 정무보고차 들렀다.
도정시찰을 하고 온 양지사는 미주의 동지회에서 대통령을 도와 독립운동을 했던 애국지사 염선호씨의 소식과 함께 영웅의 향리인 함양의 운곡리 해평마을에 있는 염선비 댁에서 대통령에게 보내온 곶감꾸러미를 가져왔다.
대통령은 이 곶감 선물을 받고 어린애처럼 기뻐했다.
특히 이 푸짐한 곶감선물을 대통령이 반기는 첫째 이유는 곶감을 주고싶은 동네의 많은 개구장이 친구들이 우리관저의 나무울타리나 기둥나무 뒤에서 대통령을 기다리고있기 때문이다.
하오5시쯤 대통령이 정원산책 나오기를 기다려서 목책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숨었다하는 이 꼬마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곶감이었다.
더우기 우리가 며칠동안 일선시찰을 다녀온 뒤에 대통령은 오랜만에 만나게될 이 꼬마친구들에게 줄 선물이 곡 필요했는데 정말 맛있는 곶감선물이 생겼으니 반갑고 기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꼬마친구들은 대통령에겐 엄히기도 하고 신이나서 매달리며 좋아하지만 나의 초록색 눈과 오목한 코가 두려움을 갖게 하는지 나만 보면 질겁을 하고 모두 달아나 버리기 때문에 나는 조심을 해야만 한다.
대통령은 염선호씨의 소식과 곶감선물을 전해준 양성봉 지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 붓글씨로 한시 『이른 봄』이라는 즉흥시를 지어 선물했다.
조춘 (이른 봄)
산에는 오를 틈 없어 뜰을 거닒에
매화꽃 나날이 봉이 터 오네
아이놈 달려와 이르는 말이
저기 저 꽃 한송이 먼저 피었소.
양지사는 공무원이 명심해서 실천해야할 2월중의 시정목표는 사무간소화로 민원사무를 신속히 처리하며 정책수행에 만전을 기할 것과 전투정신으로 생활을 더욱 절제하고 검약하자는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고흥시 『조춘』 써 줘>
대통령은 우리공무원들이 적은 봉급에 의존해서 어려운 생계를 영위하고있는 현실정을 감안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공무원들의 월급을 조금이라도 올려주어 사기를 북돋워주는 일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지로 공무원과 봉급자들의 생활은 부두 노동자나 전재민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실정이며 중소상공업이나 유흥접객업 같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가장 적은 편이라고 양지사도 얘기했다.
아무리 내핍생활을 한다고 해도 공무원들의 엷은 월급봉투로 여러 식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기적적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재정이 곤란하기만한 형편에서 죽음을 무릎쓰고 고생하며 싸우고있는 일선장병들의 뒷바라지와 함께 전쟁터에서 부상한 상이군경들·전쟁미망인들·전재고아들의 생계대책과 피난민구호 문제 등등을 생각하면 대통령을 위시하여 모든 우리공직자들이 이 어려운 생활을 더 참고 견디어 나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민원을 간소화하라>
구정을 앞두고 자꾸만 올라가고 있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조금이라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양력과세를 권장하여 음력설을 쇠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계도할 것을 대통령은 양지사에게 거듭 지시했다.
대부분의 우리국민들은 아직도 음력설을 우리의 고유명절로 생각하며 양력설을 일본사람들의 설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양력과세에 대해 일종의 저항의식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양지사는 대통령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우리 나라가 어서 빨리 발전해서 선진국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양력과세를 해야하며 이중과세의 낭비를 막아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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