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기술개발의 공동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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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품공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한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초를 이룬다. 경쟁력 있고 건실한 산업이란 결국 광범한 부품, 소재분야의 중소기업들이 보편화한 기술력으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최근 수년간 정부와 민간산업계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계열화를 지향한 정책수단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추세이다.
한국은행이 계열화기업들의 공동기술 개발에 대해 금융상의 우대조치를 강구한 것은 다른 어떤 유사한 정책수단 보다 유효한 계열화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의 기술력을 선도하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이 과소평가 되어온 현실은 시정돼야하며 성공적인 산업의 계열화는 자금·경영상의 단순한 연계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묶어진 계열화라야 의미를 가진다.
이점에서 한은의 정책구상은 문제해결의 새로운 접근이며 실효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의 중소기업 지원과 계열화 확대정책이 이룩한 성과도 적지 않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간의 노력에 비해 만족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계열화비율 자체도 높은 산업효율을 뒷받침한 일본 등의 60%수준에 못미치는 37% 수준인데다 대기업의 절반은 아직도 부품중소기업과의 계열화를 고려치 않고 있다는 조사통계가 나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70%가 여전히 그때 그때의 주문에 따라 대기업에 생산·공급한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중소기업의 자생적 기술개발 능력에 위임하여 산업의 효율을 높이는데는 많은 시간을 요한다. 대기업의 기술지원과 공동기술 개발이 가져올 이점은 너무도 분명하며 효율 높고 자연스런 계열화촉진제가 될 것이다. 이런 상호간의 노력에 대해 금융기관이 자금을 공급하고 우대금리를 적용한다면 가장 본원적인 계열화정책 수단이 될수 있을 것이다. 제한된 금융재원이 특정산업이나 대기업에 편중되어온 현실에서 부품산업과의 공동기술개발과 기술이전에 금융이 우선된다면 이른바 생산적 금융의 표본이 될수 있을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기술개발 자금의 지원방식도 단순한 자금지원 보다는 현실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개발돼야 할 것이다. 한은이 구상하고 있는 조건부융자 또는 투자방식의 활용은 그 훌륭한 예가 될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술개발 지원형식은 산은, 중소기은, 기술개발주식회사 등의 직접융자가 주류를 이루고있다. 그러나 기술개발의 특수성 때문에 언제나 초기투자 부담이 크고 경제성에 접근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일정기간의 무이자지원과 실용화 이후의 로열티 등으로 다양한 조건을 붙인 융자방식의 개발이 유용할 것이고 벤처 캐피틀을 대상으로 한 자금지원에는 직접융자보다 기자가 서로 유리할 때가 많다.
이런 노력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부품산업의 획기적인 기술진보가 보편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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