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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미완의 내러티브'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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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42).염성순(42).유현미(39)씨는 마흔살 언저리에 선 여성작가들이다. 각기 한국화.서양화.조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며 개성 넘치는 작품 세계로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6월 22일까지 열리는 '미완의 내러티브'전은 이 삼인삼색(三人三色)이 평면 또는 공간에 펼치는 이야기 꾸러미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기획을 맡은 김희령(일민미술관 디렉터)씨의 발문을 읽는 것은 감상에 흥미를 돋운다. "염성순의 화려하면서도 애정소설 같은 섬세함, 강미선의 시간의 축적이 배어 있는 전통적이면서도 담백한 경향, 유현미의 꿈과 소통에 대한 무의식적 집념과 그 세련된 표현방식이 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형성하듯 팽팽한 긴장감을 생산하길." 일민미술관이 여성작가들에게 쏟고 있는 각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1층에 걸린 강미선씨의 작품은 여성의 삶과 노동을 집약한 화면이 우선 눈길을 붙잡는다. 한지를 한 장 한 장 붙이면서 재질을 단단히 꾸리기 위해 일일이 다리미질을 하고 그렇게 완성된 바탕 위에 수십 수백 번 붓질로 깊은 먹빛을 낸 '마음의 풍경' 연작은 그대로 여성의 일상이 된다.

2층에 올라서자마자 알록달록한 색 덩어리들이 구름처럼, 안개처럼 몰려온다. 염성순씨의 아크릴화다. '잉태하는 달' '열정과 환각' 같은 문학적 표현 속에 분열하는 원색이 캔버스를 뚫고 나올 듯 강렬하다. 현대 작가들이 기피해온 '색의 에너지'를 밀어붙인 본능이 서늘하다.

그 한쪽에 설치된 유현미씨의 퍼즐 작업이 염씨가 내뿜는 열기를 식혀준다. 기억 한 조각, 꿈 한 조각을 차근차근 접붙인 퍼즐 연못과 창문은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는 '나'의 욕망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비춘다. 02-20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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