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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이라도 표준 안 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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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표준과 관련한 궁금증을 이계형(사진) 한국표준협회 회장과의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표준협회는 대체 뭐 하는 곳인가.

"한국표준협회(www.ksa.or.kr)는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의해 설립된 표준.품질 전문기관으로 본부(서울 역삼동)를 비롯, 14개 지부(광역시.도 등)와 연수원(경기도 안성 소재)에서 32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품질경영중앙추진본부, 인정직업훈련원, ISO 9000 연수기관, ISO 9000 인증기관, KS 인증기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KS' 'ISO' '품' '검' 등 품질 관련된 인증제도가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 정확한 내용을 소개해 달라.

"표준의 인증은 그 주체에 따라 국제표준인증제도.국가표준인증제도.단체표준인증제도 등으로 구분된다. 국제표준인증제도에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서 운영하고 있는 ISO 9000 패밀리, ISO 14000 패밀리 인증이 있다. 국가표준인증제도는 각 국가가 자국 산업표준에서 볼 때 수준 이상 제품을 안정적.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갖춘 기업의 품질을 국가가 보증하는 인증제도다. 우리나라의 KS, 일본의 JIS, 독일의 DIN, 영국의 BSI, 미국의 ANSI 등이 그런 것들이다. 단체표준인증은 각국의 국가표준 체계만으로는 부족한 세부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조합.협회 등 단체의 요구수준 이상의 품질 또는 안전을 충족하는 제품을 인정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검' 'Q'자 마크나 미국의 UL, 중국의 CCC 등이 대표적이다."

-품질 분야의 향후 전략은.

"품질경영중앙추진본부인 우리 협회는 2년 전부터 선진기업의 경영 노하우인 품질경영 개념을 산업 부문뿐만 아니라 공공부문과 사회 전체로 확산, '2010년 월드클래스의 선진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Q-KOREA운동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국내 산업계의 품질혁신 활동은 아직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에만 머물러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품질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해 추진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소나마 희망적인 것은 최근에 행정과 사회분야에서 품질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즉 산업의 혁신을 주도했던 품질경영적 사고가 행정 및 사회 각 부문에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남 창녕경찰서에서는 우리 협회의 지원을 받아 미국 기업의 경영혁신 도구인 6 시그마 기법을 도입해 경찰업무의 혁신을 꾀하고자 하는 발대식을 열기도 했다.

-표준은 왜 중요한가.

"이제 우리는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실현해 우리 모두 잘 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의 과학기술력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휴대전화.세탁기.PDP/LCD TV 등의 제품군에서 메이드인 코리아는 이미 세계의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8Gb(기가바이트) 플래시 메모리 개발, 휴대 인터넷 시스템(와이브로) 개발, 인간형 로봇인 휴보 개발 등 이제 한국 기술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괄목할 기술이나 그 응용제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몇몇 스타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많은 기술이 발명되고, 더 많은 제품이 개발되며, 더 많은 시장을 석권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신기술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국제적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즉 이제는 기술 개발과 이 기술의 표준화와 국제화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앞선 기술이라 하더라도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을 제패할 수 없고,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마는 것이 냉엄한 시장논리다. 아무리 디자인.광고 경쟁이 치열하다 해도 그것은 결국 표준전쟁의 패자(覇者)들끼리의 싸움일 뿐입니다. 시장은 국제표준을 선점한 승리자가 주도할 것이다."

-표준 분야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나.

"국제적으로 표준화 대상이 종전의 제품과 제품의 안전 위주에서 회계.금융.환경.노동.서비스 등 전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비제조분야의 국제 표준화 경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산품 표준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 따라서 우리의 관습과 문화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표준을 따르는 데 많은 비용을 지급하게 돼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ISO가 2008년 3월까지 제정키로 한 사회적 책임(SR)에 대한 표준은 기업의 관리 대상을 종업원.주주.소비자 중심에서 노동.환경.사회기여도.윤리경영까지 포함시켰다. 우리 협회는 SR표준을 포함하여 비제조분야 국제표준 제정에 우리의 기업문화와 관습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자료 제공="한국표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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