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한 20대 바텐더 “밤거리 돌아다니며 선행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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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다. 큰 힘을 얻어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다가 실수로 할아버지가 죽게 되자 주인공이 씁쓸한 마음으로 던진 말이다.

영국 버밍험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했다. 악을 물리치는 초능력자는 아니지만 ‘작은 행동, 큰 기쁨’을 실천하며 도시를 훈훈하게 한다. 그는 밤 9시면 테스코에서 샌드위치를 사 인적이 드문 거리로 들어선다. 조용한 골목을 찾아 라이크라 소재 쫄바지를 입고 복면을 쓴다. 이렇게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샌드위치를 노숙자들에게 나눠준다. 날씨는 어떤지, 기분은 어떤지 악수와 담소도 나눈다.

이 남성은 20대의 바텐더다. ‘버밍험 스파이더맨’이란 이름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도 있다. 그는 만화나 영화의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사람들 앞에서 의상을 벗거나 자신을 알리지 않는다.

그는 수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BBC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파이더맨이 음식을 나눠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려 한다”며 “우리는 누구나 인간관계의 한 부분이며, 친한 친구인 것처럼 서로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의 선행이 지역 사회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돈을 기부하겠다 밝혔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다만 함께 음식을 나누는데 동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남성은 친구들이 자기가 안경을 쓰면 주인공 피터와 닮았다고 말한 데서 스파이더맨이 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는 평범하고 내성적인 학생 피터가 우연히 유전자 조작 슈퍼거미에 물려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과 강한 힘을 갖게 된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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