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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영기업 과감히 민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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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이제훈 특파원】무기력에 빠진 영국경제를 활성화, 선진공업국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해 보려는「대처」정부의 정책은 하나의 혁명으로 간주되고 있다. 일일이 간섭하고 돌봐주는 사회복지 국가관으로부터 각 개체가 자신의 발로 서서 자유경쟁 하도록 유도하는 경제시책으로 일대 방향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부산하의 국영기업을 과감하게 민영화하는 것.
그래서 「대처」제2기(83∼88년)집권기간 최대과제는 방대한 국영기업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민영화하는가에 걸려있다.
「대처」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정책은 40년대 후반「애틀리」노동당 정부가 단행했던 대규모 국영화 정책의 완전한 역전이다.
「대처」수상은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듯 지난 9일에도 1천2백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가만히 앉아서 해주기만 바라는 나라 대신에 스스로 일어서서 걸어가는 영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영기업의 민영화, 경제의 자유경쟁 체제를 적극 확충해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대처」가 추진하는 국영기업의 민영화 계획은 한마디로 엄청나다.
종업원수가 25만 명이나 되는 ▲브리티시 텔리컴을 비롯해서 ▲세계 최대 항공사중의 하나인 영국항공(BA) ▲가스공사 ▲영국 자동차 공사(브리티시 레일랜드) ▲전기공사 ▲북해유전의 일부 ▲공항 등 굵직한 것만 약2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번 임기가 끝나기 전인 87년까지 단행하겠다는 것이 순 매각기준으로 1백10억 파운드 (13조원) 에 달한다. 이 규모는「대처」의 1기 집권기간 (79∼83년)중에 단행한 것의 약6배에 해당한다.
민영화 계획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정부 최대자산인 전화통신공사(브리티시 텔리컴) . 지난 82년 매상이 64억 파운드, 순익은 약4억 파운드.
정부는 브리티시 텔리컴의 주식 51%를 매각, 40억 파운드를 거두어들일 방안을 마련중이다.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뉴욕 주식시장에도 상장, 소화시킬 계획이다.
브리티시 텔리컴은 금년 가을에는 민영화 조치를 단행한다는 일정이다.
영국항공은 작년도에 7천7백만 파운드의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민영화 계획을 1년 앞당겨 내년 초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그러나 통째로 하지 않고 국내선 부문과 국외선 부문으로 나누어 공매한다는 계획.
영국항공은 종업원 수를 5만8천명에서 3만7천명으로, 보유여객기 수를 2백50대에서 1백44대로 대폭 줄여 경영을 합리화함으로써 수지가 개선됐지만 아직도 납세자들에게 6억 파운드의 빚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민영화가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는 재규어 자동차를 꼽고 있다.
재규어 자동차는 국영 통합 자동차회사인 브리티시 레일랜드의 한 파트인데 역시 흑자경영으로 돌아서 우선 이 파트를 떼어 민간에게 넘기기로 한 것이다.
이밖에 앞으로 1∼2년 사이에 민영화할 대상기업은 가스공사(브리티시 가스) 가 소유하고 있는 ▲북해유전·도버해협을 왕래하는 페리회사 ▲시링크 ▲수리조선공장 등이고 그 다음▲공항 ▲국영버스 ▲가스공사 ▲통합 자동차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항공엔진을 생산하는 롤즈로이스와 국영철도도 민영화 대상에 포함되어있다.
석탄공사와 영국 철강·통합조선소, 그리고 핵연료회사 등은 적자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현재로서는 민영화가 요원하다. 그러나 이렇게 대규모로 추진되는「대처」정부의 민영화계획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관련 노동조합과 야당인 노동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노조 측은 민영화 이후의 감원-경영합리화를 겁내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단체투쟁을 하기엔 민영기업 보다는 국영기업이 훨씬 낫다. 거기다 경영합리화률 위한 종업원의 감축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노조는 민영화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당은 자신들이 애써 이룩해 놓은 국영화-사회주의 정책이 와해되는 것을 좋아할 리가 만무한 입장이다. 노동당은 작년 6월 총선 때 선거공약으로 대대적인 국영화 계획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노동당은「대처」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반혁명으로 규정하고있다.
이에 반해 보수당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청사진을 제시했고 현재 추진중인 계획의 모두가 사실상 선거공약에 나와있는 것이다.
영국의 유권자들은 보수당을 택했고 보수당이 제시하는 민영화 계획을 지지했다. 작년말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주요 국영기업의 민영화정책 지지율이 반대보다 두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민지지의 여세를 몰고「대처」정부는 경제의 능률화, 국제경쟁력의 제고, 자유경제체제의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민영화 및 사회복지정책의 축소를 밀고 나가고 있다.「대처」정부는 주요기업의 민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쓰레기수거·도로보수·학교급식·스포츠 센터 등 지방자치 정부에서 맡고있는 서비스 부문까지도 민간에 넘겨 경쟁시킴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려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이러한 계획은「애덤·스미드」연구소에서 강력히 건의하고 있기도 하다.
「대처」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함으로써 자유경제체제의 장점을 살려갈 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골치 아픈 노조의 직접적인 압력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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