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리고 앉은 자세 무릎 관절염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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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알 김치파동 때문에 올해는 직접 김장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배추 사고 절이고 양념 만들며 분주한 주부들. 필자는 그런 주부들을 보면서 은근 무릎 관절이 걱정된다. 김장하다 보면 무릎에 무리를 주는 자세로 오랫동안 고정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관절염은 주부들처럼 장기간 쪼그리거나 무릎 꿇고 앉아 있다 갑자기 일어서는 한국식 부엌 문화에서 많이 발생한다. 서 있을 때 무릎 안쪽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관절이 뻣뻣하고 움직이기 힘들다면 초기 관절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때 좀 쉬거나 사우나에서 몸을 지진 후 낫다고 생각해 잊고 지내기 일쑤. 그러나 그러는 동안 관절염이 진행돼 붓고 급기야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운동시 관절에서 마찰음이 들리거나 관절 내 유리체가 있는 경우 관절운동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무릎 관절에 골성이 비대해지기도 한다. 상태가 계속 진행되다 보면 거의 움직일 수 없거나 관절 연골이 소실되고 관절의 변형이 생길 수도 있다.

관절염엔 준비운동 만큼 좋은 예방책이 없다. 무릎을 충분히 풀어줘 관절 내에 윤활액이 충분히 나오게 하고 잘못된 무릎 자세를 교정해 주면 관절염을 줄일 수 있다. 비만한 체질이라면 체중을 줄여 무릎 연골로 가는 압력을 줄여주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 현상이므로 근본적 치료방법은 없다. 다만 적절한 치료로 병의 진행을 감소.지연시키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다. 약 6주간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이라는 연골 구성물질을 섭취하면서 자연 치유를 바랄 수도 있고 이것과 병행해 부종과 염증을 줄여주는 약물 요법을 쓰거나, 관절강 내에 5주 연속 히알루로닌산을 넣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담당의사와 상의해 이뤄져야 한다.

수술요법으로는 관절경적 관류술과 인공 관절치환술이 있다. 무릎에 5mm 정도의 구멍을 내 상한 조직을 제거하는 관절경적 관류술은 시술후 1~3년간 자신의 관절을 더 사용할 수 있다. 방사선 촬영결과 연골이 소실되고 계단을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경우라면 인공관절 치환술이 유용하다. 이는 손상된 연골면을 절제하고 금속과 플래스틱으로 만든 인공 치환물을 대체해 주는 방법. 최근 도입된 최초 절개 최소 침습(MIS) 인공관절 수술법은 7~8cm만 절개하고 수술 후 회복이 빨라 최단 기간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에 20~30cm를 절개하고 수술후 회복기간이 길고 감염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간의 인공관절은 침대생활을 주로 하는 서양인의 생활습관에 근거해 디자인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도입된 '고도 굴곡형 인공관절'은 무릎을 꿇거나 책상다리를 하는 등 한국인의 생활패턴을 반영해 개발된 것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155도까지 구부릴 수 있어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다. 문의 031-961-7300

- 박상은 (일산 동국대학교 병원 정형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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