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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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공군은 공격목표물을 귀신처럼 잘 찾아내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 공군은 한국 공군처럼 낮게 비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림자조차 없는 적>
한국의 공군은 땅바닥에 닿을 듯이 낮게 비행해서 적의 중요한 보급기지 여러 곳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우리 공군이 찾아내는데도 여러 날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의 공군들은 원산 근처에서 적의 보급기지를 발견했는가 한국 공군기 하나가 미국전투기를 그쪽으로 인도해가서 그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어 집중폭격을 가하여 미군 기가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신 국방장관은「리지웨이」장군에게 왜 귀하는 우리1사단과 6사단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한국사단마다 정보담당 요원들을 두도록 허용하지 않는가를 이야기했다.
사단마다 정보담당요원들을 두고 직접 정보를 알아오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용이한 방법이 아닌가.
서해안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에서는 자기들의 정보원들을 동해안의 부대로 보내어 파견근무를 시키는 번거로운 실정이라고 신 국방장관은 지적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리지웨이」장군은 놀라면서 자기는 이토록 불합리한 배치방법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리지웨이」장군은 모든 한국 군부대들은 자기부대의 정보담당 요원들을 직접 배속시켜 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명령하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아군의 공군과 지상군들은 적의 주력부대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인해전술의 공격에 참여했던 수많은 적들이 지금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몰사하지 않은 이상 한꺼번에 철수했거나 숨을 수도 없을 것이다.
현상금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모두들 적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은 수많은 중공군들이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해전술에 끌려온 중공군들은 대부분 총알받이로 내세운 민간인들로서 북괴군처럼 싸우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공군들은 북한 공산군들이 약속했던 식량과 보급품이 전혀 없다는 것과 점령한 지역마다 고을의 통치자들이 항복함과 동시에 식량문제를 해결해주어 모든 것이 보장되었던 중국과는 우리 나라가 아주 다른 나라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청주는 완전히 비여있는 폐허의 도시였다.
집집마다 사람은커녕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38선 돌파작전 세워>
공산군들이 점령지역을 아무리 돌아다녀 보았어야 먹을 것도 찾지 못하고 부역을 시키거나 군대로 끌어갈 수 있는 남자는 고사하고 여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중공군들이 혹한과 배고픔에 지쳐 얼어죽었거나 병들어서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 「리지웨이」장군은 밀양에서 4명의 미군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인은 한국 민간인들이 미군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불상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고 장군은 말했다.
그에 대해 신 국방장관이 설명을 했다. 그 미군들은 무엇인가를 찾느라고 자기들의 총을 한쪽으로 비켜놓고 당을 파고 있었는데 그때 농부 옷으로 가장한 지리산의 공비들이 총기를 빼앗아 가지고 그 미군들을 쏘아 죽인 것이다. 미군들을 죽인 사람들을 우리 민간인들이 아니었다고 국방장관은 해명했다.
이 사건에 관한 완전한 보고서가 제출되었고 그 보고서는 우리 민간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리산 공비들에 의해 그 미군들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회의가 끝난 후「리지웨이」장군은 서부전선으로 떠났고 대통령은 한국군 장군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몬드」장군이 점심을 대접했다.
대통령은 하오 3시 대구로 돌아왔다.
대통령은 돌아오자마자 신 국방장관, 정일권 참모총장과 김태선 치안국장을 만났다. 대통령은 이들과 더불어 경찰병력의 일부를 전투병력으로 편성하여 국군이 38선 너머로 진격하는데 함께 도울 수 있게 작전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나서 대통령은 방위군 사령부로 가서 청년대표들에게 연설을 했다.
『우리 조국과 민족의 희망이요, 생명인 여러분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 이겨 통일을 완수해야 한다.
우리 같은 늙은이는 이 세상에 오래있지 못하겠지만 우리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만은 우리 처럼 욕을 당하지 않게 떳떳하고 자랑스런 자주독립의 통일조국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죽을 때까지 싸우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함께 일어나 목숨을 바쳐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 나도 몸은 비록 늙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조국과 민족의 영광스런 역사를 이룩하고 길이 빛내기 위해 우리는 지금 견딜 수 없는 아픔과 쓰라림을 참아가며 우리의 정신과 확고한 결의를 세계 만방에 알리고 어떠한 고난과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통일을 완수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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