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경찰청 회의실 제공 논란

중앙일보

입력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피습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본청 회의실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5일 오후부터 FBI 요원 2명이 본청 5층 회의실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국 대사의 피습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고, 수사 진행 상 미국 측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편의상 다목적으로 제공한 것”이라며 “합동 수사를 하자는 미국 측의 요청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수사 공조는 리퍼트 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씨(55ㆍ구속)의 행적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의 범행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김씨가 사용한 해외 e메일과 페이스북 등의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회사가 미국에 있어 서버 압수 등이 어려운만큼 미 수사당국의 협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e메일 조사 등은 해외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면 수 개월이 걸리는 일"이라며 "FBI와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측에 과도한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12일 “아마도 미국 쪽에서 굉장히 세게 요구를 했을 것”이라며 “FBI가 경찰청에 상주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국민이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한다며) 미국 대사관 앞에서 단식하고 굿하고 춤추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지나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피습 사건 후 처음으로 리퍼트 대사를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리퍼트 대사의 건강 상태와 안전 등을 고려해 미 대사 관저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