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 학부의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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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학분야의 영재를 길러내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비로소 구체화하고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처의 올해 주요업무계획에 나타나 있는 것으로 과학기술원안에 학과과정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에는 현재 석사·박사과정이 설치돼 있는데 앞으로 학부과정을 신설함으로써 영재교육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과학기술원안에 특별학부과정을 두고 전자·전산·기계 등 첨단과학 분야의 학과를 설치해서 86년부터 1백명 규모로 추진할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그 계획은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의 과학영재를 집중 육성한다는 뚜렷한 목적으로 보아 불가피하고 당연한 것이다.
그 문제란 것은 주로 두가지다. 하나는 전국의 많은 대학들이 과학기술분야 학과를 설치하고 수많은 과학기술인재를 육성하고 있는데 새로 과학기술원에 학부를 둘 필요가 있는가 이고 다른 하나는 전반적인 학제가 근년 평준화·평균화 등 일반교육에 치중함으로써 영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새삼 과학영재만을 유별나게 선호할 수 있느냐는 사실이다.
그런 문제는 학제 전반과 교육의 기본정신에 대한 문제로서 조만간 정돈되어야겠다.
하지만 현재로서 나라의 당면한 과제는 「과학기술입국」이며,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초미의 과제로 되고 있다.
그런 요청에 의해 이미 과학기술원이 연구원과 석·박사과정을 두어 나라가 필요로 하는 과학두뇌를 양산해왔다.
한국과학기술원은 75년이래 박사 1백20명을 포함해서 2천3백명의 고급 과학두뇌를 배출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과학기술원은 그 과학두뇌를 좀더 세련되고 질적으로 우수한 두뇌로 키울 필요를 느끼고 있다.
그것이 이번「특별학부」구상으로 결실되고 있다.
첨단과학 분야의 영재들을 길러 과학기술 분야를 정예화 한다는 뜻이다.
교육효과나 교육운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학부로부터 석사·박사까지 이어지는 교육· 연구의 연계운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싯점에서 두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한국과학기술원의 교육과정은 특별학부의 설치로써 일반대학·대학원교육과 구별할 수 없게 되었으며, 국립 서울대학교를 두고 별도로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을 두는 중복구조가 나타나게 되는 문제다. 이는 또 과기원법 등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둘째로 정말 국가가 과학영재 교육을 추진하려 한다면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만 연결시킬 것이 아니라 초기교육과정인 중·고교 과정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중·고교 과정의 영재교육 문제는 최근 문교부가 과학고교에서 대학 2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정부의 기본계획 자체가 몹시 뒤엉켜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영재교육은 필요한 것이로되 정부가 뚜렷한 목표지향과 계획 설정 없이 부처마다 제각기 안을 내고 추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영재교육은 지금 하나의 요구이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 부처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일원화하고 일관된 계획으로 추진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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