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개는 북한 성의에 달려|위장평화공세 해오면 물거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번 진 총리의 대북 서신전달을 위해 있은 남북간 연락관의 접촉은 무엇보다 끊어졌던 남북접촉이 재개됐다는 점에 뜻이 있다. 이번 접촉은 80년 8월20일 남북 총리회담 개최를 위한 제10자 접촉이 있은 후 3년6개월만의 일이며 제5공화국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접촉의 발단이 된 북한측의 서신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소위 3자 회담을 갖자는 뻔한 내용이며, 이에 대한 우리측의 회답내용도 역시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측은 14일의 회담에서 북한측의 대화제의가 진의에 의한 것이라면 먼저 미얀마사건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어야함을 지적하고 남북 당사자간에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종래의 입장을 재 천명했다.
따라서 남북간에 모처럼 다시 접촉은 있었지만 오간 서신의 내용이나 주장에 있어서는 진전이 없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접촉이 접촉자체로 그치고 말것인지, 아니면 접촉이 다시 이어지고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는 시발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오로지 북한측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측으로서는 그들이 단순히 국제우편으로 보내온 서신에 대해 굳이 판문점에서 만나 답신을 전달하겠다고 한데서도 알 수 있듯 미약한 단서나마 잡아 대화재개의 계기로 삼아보려는 성의를 다한 것이다. 이번 북한측의 서신이 80년「대한민국」이란 국호를 명기해 보낸 그들의 서신과는 달리 그냥「서울」이라고만 쓴 것만 봐도 성의가 없는 것은 첫눈에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북한측이 혹시라도 대화의 진의가 있다면 이번 접촉은 앞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우리측이 간파한대로 북한이 위장평화공세로 계속해 나간다면 이번 접촉은 이로써 끝날 공산이 크다. <김현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