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누가 한수 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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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축구의 수비를 얘기하자면 지난 10년간 조금도 변함이 없는 대명사가 있다.
-'조영증-박성화 콤비'다.
이 한쌍은 70년도를 전후하여 한 시기를 풍미했던 '김호-김정남'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문전수비의 걸작품이라는데 거의 의견이 없다.
70년대의 오랜 세월에 걸쳐 한국대표팀이 아시아무대를 휘저을 수 있었던 것은 차범근 조광래 이영우 등 탁월한 공격수나 링커들의 존재이상으로 이들 두 다들보의 안정되고 막강한 수비력 때문이었다.
이들에RPS 꼭 한가지의 결점이 있었다. 순간동작이 비교적 느리다는 것. 그러나 이점은 큰 체구 탓으로 불가피했고 대신 능숙한 판단력에 출중한 제공력(헤딩), 강한 킥, 무쇠같은 체력, 그리고 파괴적인 태클로 충분히 커버됐다.
이와 같은 강점과 약점을 두선수는 똑같이 나눠가졌다. 뿐만 아니라 체격도 신장 1m78cm, 평상체중 72kg으로 공교롭게 똑같다.
성격은 어떤가. 듬직한 체격 그대로 말이 적고 차분한 것이 흡사하다. 축구에 관해선 모범적인 노력파인 점, 소속팀이나 동료 선수들에 대해선 인화의 구심체인 동시에 리더십이 있다는 점도 서로 비교하여 차이를 가려내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른바 명성을 날리는 스타플레이어 치고는 희귀한 인물들이다. 둘다 선수로서나 사생활면에 있어 단한번도 스캔들을 일으킨적이없는 유이한 케이스인 것이다.
다른 점이라고는 나이와 출신교. 조영증은 54년, 박성화는 55년생으로 1년차이이며 각각 중앙대와 고려대를 나왔다.
80년대들어 조영증이 북미프로리그로 진출함으로써 단짝은 헤어졌고 4년만에 슈퍼리그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럭키금성(조영증)와 할레루야 (박성화)로 갈라져 맞서 싸우게 되었다. 「황금콤비」는 흘러간 옛일일뿐 「누가 한국프로축구의 수비왕인가」를 판가름내야 할 차가운(?) 관계로 변했다.
이들이 계속해서 추종불허의 건재를 과시할 경우 연말에 선발될 86년월드컵대회예선(내년개최)출전 한국대표로 재결합될 수도 있어 더욱 관심의 표적이 된다.
"서로 겨룬다거나 하는 경쟁심은 우리사이에는 없습니다. 다만 하루빨리 팬들에게 무르익은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서로 지지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영증) "글쎄요. 팬들이 어떻게 비교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팀이 이기면 되겠죠? "(박성화)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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