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로…|일 시사통신 모스크바특파원 긴급 전화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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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의 새 지도자 「체르넨코」는 어떤 인물이며 그의 등장이 앞으로의 국제정세, 특히 한반도를 중심한 극동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체르넨코」가 선출되던 날의 모스크바의 표정과 함께 일본 지지(시사)통신 모스크바주재「쥬우죠·고오지」(중성교이)특파원과 긴급 국제전화를 통해 알아봤다.
-「체르넨코」가 당 서기장으로 선출되었다는 보도가 나간 후 모스크바의 분위기와 시민들의 표정은 어떤가.
▲모스크바는 평소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기온은 영하 10도지만 하루종일 맑은 날씨에 바람도 없어 더욱 안정된 느낌이다.
새 서기장이 선출됐다는 발표가 있은 후 몇 명의 시민들에게 「체르넨코」서기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는데『좋은 지도자이지요』라는 담담한 대답이었다. 특별히 잘됐다는 느낌도, 그렇다고 잘못됐다는 느낌도 없는 무표정한 반응이었다.
-「체르넨코」등장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소련지도부내의 장로그룹이 아직 젊은 세대에 정권을 넘기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체르넨코」를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안드로포프」를 지지했던 장로그룹-예컨데 「티호노프」수상, 「우스티노프」국방상,「그로미코」외상,「그리신」모스크바 공산당 제1서기 등이 계속「체르넨코」를 지지했다.
그러나 「체르넨코」도 이미 70살이 넘었고 지지세력도 고령이므로 장로그룹이 권력을 오래 유지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며 결국 조만간「로마노프」등 젊은 지도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체르넨코」정권도 감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새 정권은「안드로포프」정권보다 집단지도체제적 성격을 강하게 띨 것으로 본다.
-「체르넨코」는 어떤 인물인가.
▲「체르넨코」는 그 동안 이렇다할 두드러진 발언을 한일이 없다. 당의 견해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연설이 고작이었다.
정치경력을 보아도 몰다비아란 지방의 선전책임자 출신으로 정책을 입안, 추진한 경험이 없고「브레즈네프」정권의 보좌역으로서 표면에 나선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내정면에서나 외교면에서나 정책의 입안은「안드로포프」정권때나 마찬가지로 각 전문가들-예컨대 군사는「우스티노프」, 외교는「그로미코」에게 맡기는 식으로 해나갈 것이다.
자기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강력한 정권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새 정권의 극동정책, 특히 한반도정책에 어떤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없는가.
▲없다고 본다. 「안드로포프」정권의 한반도 정책은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바라지 않는 한 한반도에「두개의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새 정권은 이 같은 두가지 정책을 계속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야를 다소 넓혀 극동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군사력을 증강해 가며 새로 평화공세를 전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소련은 극동에서의 미국의 군사력, 특히 핵무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한·미·일 3국이 군사협력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몹시 경계하고 있다.
-소련의 대한정책과 관련, 88년 서울 올림픽 참가 전망은 어떤가.
▲그때까지 「체르넨코」정권이 계속될 것인지도 알수 없거니와 미소 미 중공 관계 등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너무나 많다.
따라서 소련이 서울 올림픽에 참석할 것인가 여부도 예측을 불허한다.
그러나 소련의 자세로 보아 「불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
소련은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비공식교류의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KAL기 사건 이후에도 이 같은 정책이 바뀌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다만 여기에는 북한이라는 제약요인이 있으며 새 정권 출범으로 한국과 관계가 종래보다 활발해 지리라고 기대할 근거도 없다. 국가단위의 교류강화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소련과 북한과의 관계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소련의 새 정권 아래서 변화의 가능성은 없는가.
▲랭군사건이 났을 때 소련은 북한의 범행부인 성명을 인용보도 했으나 크게 취급치 않았으며 소련의 견해를 밝히지도 않았다. 북한을 소련 측은 형제국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내 개인의 추측으로는 둘의 관계가 그리 친밀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소련의 새 정권 아래서도 대 북한정책에 특별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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