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이것만은 고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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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바탕 입시소동을 치르고 나면 한결같이 나오는 소리가 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제도가 시행 된지 4년째인 금년의 경우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소리는 다른 어느 해보다 컸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문교부는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 오는 3월말 이전에 개선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교내신성적+학력고사성적』으로 짜여진 현행대입제도의 문제점으로 권이혁 문교장관은 『대학에서의 선발기능이 미약하고 고교 내신성적이 지역차·학교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원서접수 때 눈치작전으로 크게 혼란을 겪고 객관식 일변도의 평가로 창의력이나 문장구성 능력을 충분히 측정하지 못한다는 점』등을 들었다.
현행 입시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권 장관이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어 더 이상 중언복언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모순점을 해소할 당국의 묘안이 무엇인지 주시하면서 우리로서 몇 가지 소견을 밝혀둔다.
무엇보다 대학입시요강은 가능한 한 빨리 확정해서 발표하기 바란다.
모든 교육과정, 특히 고교교육과정은 어차피 대입제도에 의해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인문계 고교의 경우 2학년에 진급할 때 인문·자연계로 나누어지며 수업내용도 이때부터 계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도 대학입시 요강은 빨라야 시행 반년전쯤에나 확정된다. 학과의 증설여부. 계열·학과별 모집방법 등이 입시에 임박해서 발표되므로 수험생들은 자신이 지망하는 학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지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다음해 입시요강은 적어도 1년 전에는 확정되어야만 수험생들이 적성이나 장래 지향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눈치작전의 폐단을 줄이고 자신의 적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선 지망·후 시험」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함은 길게 실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눈치를 잘 보거나 배짱을 부려서 합격의 행운을 따는 일이 많은 현 제도의 모순을 덜기 위해서는 각종 입시정보가 수험생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학력고사가 끝나는 대로 시도별·남녀 별로 자세한 성적분포가 밝혀져야 하고 대학별·학과별 커트라인도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간·학교간의 격차나 대학별·학과별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문제점이 예상되지만 그런 부작용은 입시정보가 없어 수많은 수험생이 골탕을 먹는 제도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에 비하면 지섭적인데 불과하다고 믿는다.
현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다는데 있다. 내신성적 반영과 학력고사의 출제과목이 고교에서 가르치는 전과목을 망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이 목적은 뒷받침되고 있다.
고교「평준화」가 벽에 부닥친 마당에 내신성적의 일률적용에는 문제가 있지만 이제도가 지닌 교육적 장점도 충분히 살려서 앞으로 있을 제도개선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해마다 입시철이 지나면 당국에 의해 보완책이 나왔지만 그 어느 것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문교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보완방안이 과거와 달리 이번만은 일반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획기적인 내용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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