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와 외국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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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명이 발달하며 오늘의 세계는 하나의 이웃이 되었다. 그리하여 각 민족과 국가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오늘의 국제 시대를 살아 간다. 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나라의 말은 다른 많은나라의 말을 수용함으로써 국제화하는 것이다.
우리 국어에도 약 30개국의 말이 뭍어와 있다. 이러한 말은 필요해서 들여와 쓰는 것이거나,거드름을 피우기위해 들여와 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외래어 사용에는 심각한 문제가 가로 놓여있다. 외래어란 외국어가 들어와 국어처럼 변한 말을 이른다. 따라서 이것은 외국어 아닌 국어이다. 그런데 우리의 외래어 표기는 외래어를 외국어로 착각하고 있는것 같다.
원음을 표기하려 하는 것이다. 「악세사리」가 외래어이건만 「액서사리」「타렌트」가 관용어이건만 「탤런트」로 쓰고 발음하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고보니 일반 대중은 말할것도 없고, 전공하는 학자마저 무엇이 바른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television」의 한글 표기를 예로 들어볼때 쉽게 알 수 있다. 한 조사보고에 의하면 2O명의 대학 교수에게 이를 시험한 결과, 텔레비죤·테레비죤·탤레비전· 테레비젼·텔리비존…등 무려 13가지가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외래어의 올바른 사용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표기의 원칙이 잘못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외래어라면 관용으로 익은것이 표준이되어야한다. 그것은 외국어가 아니므로 원음이 무엇이냐는 문제가 되지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국어에 정착되지 않은 외래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이미 언중의 입에 익은 외래어에 생소한 원음을 강요하는것은 공연히 언중을 벙어리로 만드는 일이라하겠다.
외래어란 이중언어를 구사할수있는 지식인에 의해 도입된다. 그리고 상류지향 심리때문에 일반서민에게 보급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인은 외래어 남용을 삼갈 일이다. 그리고 얄팍한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원음주의를 지양할 일이다. 언어의 가장 큰기능은 의사전달에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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