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는 돈 더 풀고 제2금융 대출 깐깐해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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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금융당국’의 닻이 올라간 것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임종룡호의 정책방향도 윤곽을 드러냈다.

 규제 개혁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기획재정부 등과의 정책 협력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시장의 역할이 강조되며 사모펀드의 설립, 운용와 관련된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기술금융, 중소기업 대출 확대 기조도 이어진다. 다만 상호금융 같은 제2금융권의 대출은 보다 깐깐해질 전망이다. 가계부채라는 ‘암세포’를 보고 무차별적인 항암치료를 하기엔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아직 약하다는 진단인 만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억제하며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다.

 임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된 가계대출 문제에 대해 “증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농협금융 회장 시절 “건전성은 금융회사들 스스로 챙기고 있는 만큼 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리 인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잘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경제를 살리는 길은 경제적 주체들의 노력이 합치될 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답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돈줄을 푸는 기조가 이어져야 한다는 시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만 “토지나 상가 대출, 2금융권의 비주택대출 등 미시적인 영역에서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했던 제2금융권의 토지·상가 담보 대출 현황을 살피고 관리 기준을 다듬고 있다.

  규제 개혁과 핀테크(금융+IT)산업 육성은 ‘속도전’에서 ‘실사구시형’으로 전환한다. 임 후보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관련해 “도입이 필요하지만 은산(銀産)분리의 기본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한 규제의 ‘몸통’을 건드릴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최소한의 보완방안”을 언급했다. 핀테크 산업 육성도 현장중심으로 간다. 임 후보자는 “금융사는 어떤 기술이 있는지 모르고, 핀테크 업체는 어떤 기술이 금융에 적용될지 모르고, 정부는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할지 모른다”면서 “업계와 금융사 정부 간에 긴밀하게 교류하는 등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는 농협금융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 인수와 자산운용사 강화에 공을 들였다. 자본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은 정책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그는 “자본시장에 남아있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걷어내고 사모펀드와 모험자본 활성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KB금융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외압설’과 관련된 질의에 임 후보자는 “민간 금융사의 인사는 전문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답을 대신했다. 하나-외환은행 통합과 관련해선 “노사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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