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공 스포츠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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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장소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어온 데이비스컵 테니스 예선전을 예정대로 3월2일부터 중국의 곤명에서 열기로 중공이 공식 확인한 것은 한·중공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적어도 체육분야에 관한 한 한국과의 상호방문과 직접교류를 받아들인다는 중공의 개방적 자세로 보고자한다. 이번 대회는 제3국의 참가가 없는 한국과 중공의 단독 대좌라는 점에서 색다른 데가 있다.
특히 올해는 한·중공 스포츠 상호방문과 직접교류를 가능케 하는 경기 및 회의스케줄이 많이 잡혀있다.
우선 청소년여자농구대회(4월)와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5월)는 서울에서, 아시아여자농구대회(10월)가 중공에서 열리게 돼 있는데, 중공은 여기에 한국팀을 초청할 뜻을 비공식적으로 밝혀 왔다.
또 오는 4월에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중공은 임원을 보낼 예정으로 있다.
중공의 데이비스컵 예선대회 곤명 개최 결정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흔적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고 90년도 아시안게임의 북경유치를 둘러싸고 일본(나고야)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공으로서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국제올림픽의 서울개최를 따놓은 우리와의 체육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와 중공과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이번 테니스교류가 미·중공간의 핑퐁교류와 비교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테니스 팀 초청이 국제적인 규정과 스케줄에 따른 소극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 중공은 6·25때 우리와 적국이었던 반면에 북한과는 군사동맹을 맺고있는 제1의 우방관계에 있다. 그 때문에 우리와의 적성관계가 아직 청산돼 있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우방이 없듯이 영원한 적국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더구나 중공은 동양문화권의 동질성을 아직도 공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역사적·지리적으로 보아도 그렇게 낯선 외국인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한·중공관계의 전개 과정에서 우리는 이런 측면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모택동 사후 중공이 정책의 중점을 경제건설 분야로 옮겨 친서방적인 실용·개방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 우리와의 협력관계도 여러 부문에서 증진돼 왔다.
중공관리 자신도 이번 테니스교류결정이 작년5월의 중공 민항기 사건을 계기로 점화된 양국 간의 전반적인 스마일·무드의 일환인 점을 지적했듯이 정치적인 상호 접촉도 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문제가 중공이 중심이 되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북경엔 서울을 거쳐간 호주의「호크」수상과 북괴 외상 김영남이 가있으면서 각각 중공당국과 한반도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의「레이건」과 일본의「나까소네」도 이번 봄 북경에 가서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스포츠에선 승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한·중공간의 게임에서는 외교적 측면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문화 외교적으로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관계의 축적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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