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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지로·종로일대 인쇄촌 이전통보받았으나 갈곳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성냥통·명함·포스터에서부터 호화컬러책까지 온갖 종류의 인쇄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서울시내 을지로·종로일대의 인쇄촌이 서울시로부터 오는 6월말까지 이전하라는 통보를 받아존립이 위태롭게 되었다.
일제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하여 6·25이후 집단으로 몰려 밀집함으로써 인쇄촌으로 굳어졌던 이일대는 시민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쇄물을 공급하는 곳이다.
서울시가 이전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곳은 을지로2가와 수하동·장교동일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의 국제행사로 도시미관을 위한 재개발사업으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는 것. 그외의 곳에 대해서도 소음과 폐수때문에 도심에있을수 없다며 이전을 요구하고있다.
인쇄업체가 내고 있는 소음은 사실 문제다. 생활 환경에미치는 영향도 무시할수 없을정도.
또 제판에 따르는 폐수도 많다. 특히 크롬산이 많이 방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인쇄업자의 연합체인 대한인쇄문화협회측의 주장은 그러한 소음·폐수공해는 전체 인쇄업소가 이곳을 떠나야할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음설비를 갖춘 곳이 많고 최근에 와서는 무공해 약품을 쓰는 곳이 많아졌다는 것.
대한인쇄문화협회 회장서리 곽훈씨는 이번 서울시의 이전명령의 문제점은 인쇄업소가 옮겨갈 마땅한 대책이 전혀 세워져 있지 않는데서 섕겨난다고 말했다. 곽씨는 서울시가 적당한 장소 (공단·공업지역)로 옮겨가라고 하고 있으나 서울시내나 근교에 그러한 장소를 발견할수 없는 실정이라고밝혔다.
대한인쇄문화협회는 지난해 용산청과물시장 부근에 단지를 얻으려했으나 실패했다.
곽씨는 또 인쇄업소의 특성때문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곳에 옮겨가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인쇄업은 도정·두부·약품·탁주·시멘트및 콘크리트·레미콘등과 함께 특수도시형 업종으로 인정되고 있음도 지적했다. 소량의 주문과 그에 따른제품을 만들고 있는 인쇄업의 특성 때문에 수요자와 거리가 멀어질때 애로가 생기는것을 피할수 없다.
따라서 소규모 업체는 수요자와 거리가 멀어질 경우 존립이 어려워진다는것.
인쇄문화협회는 일본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인쇄업소가 도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장교·수하·을지로일대에 있는 인쇄업소는 1천여개소. 이들은 서울시의 조치가 그대로시행될 경우 이전해야하는데 서울시내의 공장건물, 그중에서도 인쇄업소로 인정받을 곳으로 옮기지 못할경우 모두 무허가 업소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반월이나 인천·성남으로 나갈경우 수요처와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진퇴양난의 입장에처하게 되었다.
인쇄산업은 제조업이면서도 서비스업적인 성격을 지니고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종이· 금속·비닐인쇄물이 그나름의 수요에따라 대량·소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의 수요는 대부분이 을지로인쇄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인쇄촌이 적절한 사후대책없이 공중분해될때 당장의 수요를 채워주기에도 어려움이 있을것이다.
인쇄업소들이 소음·폐수공해를 방지하기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행정당국도 수요자와의 관계를 생각하여 이전에 따른 대책을 인쇄업소와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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