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업무 공무원도 땅 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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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에게 개발제한구역 해제 정보 제공, 농지취득자격증명 등 각종 인.허가 증명서 허위 발급 등…'.

직무를 이용해 얻은 부동산 정보를 기획부동산업자 등에게 넘긴 뒤 금품을 챙긴 비리 공무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일부는 명의신탁 등의 방법으로 개발 예정지를 대거 매입한 뒤 동료들을 통해 형질 변경을 받아내는 등 직접 투기꾼으로 변신한 경우도 있었다.

대검찰청은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경찰청.건설교통부.국세청 등과 함께 부동산 투기사범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여 전국에서 9798명을 적발, 34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 투기꾼과 결탁하는 등의 비위 행위로 입건된 공무원은 27명이며 7명은 구속 기소됐다. 허위 개발 정보로 투자자를 속인 기획부동산업체 관계자도 228명이 입건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등이 대규모 토지를 개발 예정지라고 속여 쪼개 파는 것은 관련 공무원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부동산 인.허가 과정의 공무원 비리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전문 투기꾼이 된 공무원=경기도 화성시의 도시계획과 소속 공무원 민모(31.8급)씨는 직접 부동산 투기를 하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민씨는 2003년 7월부터 부동산중개업자 등과 함께 은행 등에서 15억원을 빌려 화성시 봉담읍.우정읍 등의 임야 1만여 평을 사들였다. 개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인 민씨는 해당 지역이 도시개발지구로 지정돼 조만간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민씨는 해당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이어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친인척 이름을 빌려 명의신탁하는 등의 불법(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저질렀다.

또 매수한 임야 일부가 도로구역에 해당돼 형질변경이 불가능하자 담당 공무원 5명과 짜고 농지전용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씨는 직접 "형질 변경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담당 부서에 제출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 "개발 정보 제공 등에 뒷돈은 예사"=충주시청 지적과 6급인 김모씨는 S기획부동산 등이 매입한 8만 평의 임야를 분할 측량하고, 지목을 대지로 변경해 주는 대가로 3900만원의 뇌물을 받은 뒤 1억원을 추가로 요구하다 구속 기소됐다.

건교부 5급 공무원 박모씨는 성남 분당의 일부 임야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린다는 정보를 부동산업자에게 제공한 뒤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적발됐다.

이 밖에 서울 강남의 기획부동산업체 대표 엄모씨는 전남 영암군 일대에 관광레저시설을 개발하는 'J프로젝트' 예정지 19만 평을 평당 3만~5만원에 불법 매입한 뒤 대기업 임원.교수.의사 등 450명에게 평당 13만~15만원 받고 되파는 등 전매차익 200억원을 챙긴 혐의(농지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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