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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고혈압 주의보 40세부터는 6개월마다 혈압 체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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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차다. 날씨가 추워지면 당장 점검해야 할 건강수치가 있다. 다름아닌 혈압이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합병증이라는 무서운 얼굴을 드러낸다. 따라서 40세부터는 건강한 사람도 6개월에 한 번씩 혈압측정을 받아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김재형 가톨릭대 의대 교수)가 정한 고혈압 주간(11월 28일~12월 4일)을 맞아 고혈압 합병증의 심각성과 대책을 알아본다.

평상시 '건강만은 자신있다'며 자랑하던 L씨(61). 최근 운동부족을 느낀 그는 추운 새벽에 조깅을 하다 길거리에서 쓰러졌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의 도움으로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식은 없는 상태. 응급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220/100㎜Hg였으며 급히 촬영한 뇌 단층촬영 결과 왼쪽 대뇌 중간 부위에서 출혈이 발견됐다. 즉시 뇌수술로 출혈 부위를 제거하고, 고혈압 치료도 시작했다. 차츰 의식이 돌아오고 혈압도 조절됐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그는 현재 오른쪽 팔.다리 마비와 언어중추 손상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혈관이 약해지고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나이가 되면 증상이 없어도 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국내 성인 고혈압 환자는 4~5명 중 한 명꼴. 그러나 고혈압 환자는 60대에 들어서면 50%, 70대엔 60%로 급증한다.

고혈압은 심부전증.협심증.심근경색.부정맥 등 심장 합병증을 잘 일으킨다. 정 교수는 "고혈압을 치료받지 않으면 심장 부담이 커져 심장비대.심장기능 감소로 이어져 심부전이 생기며 심장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방치한 고혈압은 신장 기능을 망치는 경우도 흔하다. 노폐물을 걸러주는 사구체 내 압력이 높아져 이곳을 지나는 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

높은 압력을 견디다 못해 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도 발생한다. 고혈압 환자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느낄 때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70%에 이른다.

눈의 망막 출혈도 드물지 않은 고혈압 합병증. 고혈압 환자가 눈이 침침해진다 싶을 땐 신속하게 망막검사를 해야 한다.

이처럼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지만 고혈압은 평상시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화여대 의대 내과 신길자 교수는 "'증상이 없으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네 명 중 한 명꼴"이라며 "진단을 받으면 곧 저염식.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고혈압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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