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후 새 삶 찾은 송지헌씨 "청소년의 꿈 찾기 돕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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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 남들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살 맛이 납니다. 뭘 하고 싶은 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앞날을 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나운서 송지헌(54)씨는 요즘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로 바쁘다.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세계직업교육박람회(WPEE)' 준비 때문이다. 그는 WPEE 조직위원회 사업본부장을 맡아 행사 알리기에 분주하다.

WPEE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해외 유명 직업 교육학교와 국내 대학 80여 개가 참가할 예정이다. 관광.요리.공예.미용.자동차.스포츠.의료 등 16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시연을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영국국립발레학교에서는 행사 기간 중 오디션을 통해 국내에서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도 밝혀왔다고 한다.

"큰 아이가 고 3이었을 때 '넌 뭘 하고 싶니?'라고 물었죠. 대답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충격이었죠. 청소년 시절부터 장래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씨 자신도 여러가지 직업을 가져봤다. 서울대 공대와 농대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농대 천연섬유학과에 입학했고, 75년 대기업 종합상사에서 무역 업무를 담당하다가 78년 동아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로 적을 옮겼다가 1987년 불쑥 아르헨티나로 이민갔다.

직장 생활 10년쯤에 느끼는 매너리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그는 그곳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다가 미국으로 가서 액세서리 도매상을 했다. 91년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해 왔다. '아침마당''미스터리 추적' '생방송 전국은 지금' '성공시대' '시사투나잇' '라디오 동서남북' 등 TV와 라디오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EBS 수능 방송 등 청소년 프로그램에는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지난해 덜컥 간암 판정을 받았다. 대학시절 수혈로 감염된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으로 발전했다는 것이었다. 간 이식을 받기로 하고 우리나라보다 간 이식을 받기 쉽다는 중국으로 가서 지난해 9월 수술을 받았다.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경과가 좋았고 지금은 수술 전보다 건강해졌다. 올 초부터 방송 활동도 재개했다.

"수술 후 내게 간을 주고 떠난 이의 명복을 빌며 기도했습니다. 그 사람의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남에게 빌린 인생이니 잘 쓰고 반납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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