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높은 서울 YWCA|제 62회 정총서 드러난 갈등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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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YWCA 임원진과 실무자간의 묵은 갈등이 제62회 총회를 통해 드디어 표면화됐다.
28일 하오1시30분 서울Y대강당에서 열린 제62회 총회는 5백여명의 회원이 참석, 이례적으로 초만원을 이룬 가운데 장장 4시간20분간 열띤 공방전속에서 진행됐다.
이번 총회는 작년 12월 자금난으로 인해 실시된 기구축소가 「감정이 개입된 부당한 처사」였다는 주장과 「공평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영동교육관설립문제△이사제도의 모순△83년 부정선거까지 거론돼 야유 속에서 새 임원진이 선서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총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한 것은 회의장 입장에서부터. 총회개회에 앞서 실시된 임원선거에서 투표를 할 사람에게만 분홍리번을 달아주고 이들에 한해 입장토록 하자 회원증을 가진 다른 회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 결국 소란 끝에 2층을 열어 참석희망회원 전원참석으로 일단락이 지어졌다.
이날 총회에서 제일 큰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해직」이냐, 「자퇴」냐를 둘러싼 기구축소문제, 점역봉사회 홍인숙회원으로부터 최근 기구축소를 둘러싼 인사문제에 대한 해명요구가 있자 한양순회장은 답변을 통해 기구축소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됐으나 결과적으로 파면·해직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 대강당은 당초 체육관으로 쓴다는 목적 하에 문교부의 보조를 얻어 지어진 것이나 지난 수년간 회원예식장으로 사용해오면서 연 2억원의 수익을 얻었었다. 그러나 작년 6월 당국의 예식장사용불허명령이 있게되자 서울Y는 「돈줄」이 막히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이때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기구축소안. 9월 이사회부터 계속 검토된 기구축소안은 연4백% 지급되는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직원 전원이 1년간 조우케 한 후 결정해 달라는 직원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12월10일 이사회를 통과, 확정됐다.
기구축소안은 각 부서별로 인원을 재조정, 정식직원수를 줄이고 파트타임제인 반임제를 도입하여 전체경비(월 평균2천만원)를 줄이자는 것. 감원대상은 임시직·호봉이 낮은 직원·업무평가를 놓고 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사회결정은 실무자회의에서 승복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54명의 연명으로 그들의 입장을 재확인, 이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이사회에서는 Y직원이 1년마다 재계약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들어 재계약을 개별적으로 종용, 여기에 서명을 않은 프로그램 간사 7명은 사의를 표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
그러나 서명하지 않은 간사들은 이미 지난 11월 재계약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다시 의사를 표명할 필요는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이들은 12월 20일 프로그램주간사 1명의 사표로 나머지 전원을 구제해 줄 것을 요망했으나 이미 19일 최종결정됐다는 이유로 이것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프로그램주간사였던 최수자씨는 『이것은 명백한 감정적처사이며 이는 83년 이사공천위원 선거부정이후 심화됐던 이사회와 실무진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61회 정기총회의 이사공천위원선거에서 염희정씨가 l인 1장의 규정을 어기고 30여장의 투표용지교환권을 가져감으로써 선거원칙을 위반한 사실이 나타나 선거제도연구위원회를 조직, 이를 분석한 결과 2백여 표의 몰표가 발견됐던 것. 그러나 이 사건은 염희정이사의 사과로 그치고 말았다고 폭로했다.
또 4년간 끌어온 서초동 무지개단지 내 영동교육관 역시 체육시설·강습반을 하기보다는 봉천동 등 소외지역으로 지부를 확산하자는 실무자의 의견과 임원진과의 의견이 서로 상충된 것으로 지적됐다.
총회에서 현 이사·총무에 대한 전원불신임안이 거론되고 자동공천·명예이사제 등 이사제도의 개선이 요구되는 등 시중 열띤 분위기였다.
이날 총회는 이차례·이열희·이재우·김숙자·이성복·이영자·김정숙씨 등 새 이사를 선출, 하오 5시 40분 막을 내렸으나 총회 진행도중 보여준 의사진행의 혼란, 집행부측과 일부 회원간의 격렬한 대립 등은 Y의 앞날이 평탄치 않음을 예고해 그 귀추가 주목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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