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라이벌전|심판자질·선수매너 모두 낙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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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운동경기의 심판은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같다. 지휘자의 일거수에 의해 교향악이 연주되듯이 심판에 의해 운동경기는 진행된다. 그러나 교향악단에는 지휘자가 주체가 되지만 운동경기에선 선수들이 주역이다. 따라서 운동경기에서 심판이 지나치게 돋보이게될 때 그 게임은 재미를 잃게된다. 수년 전 축구황제 「펠레」가 한국에와 친선경기를 벌였을 때 한국심판은 「펠레」가 볼을 드리블하는 순간 한국선수가 조금만 건드려도 파울을 지나치게 지적, 경기의 리듬을 깨뜨리는 미련한 운영으로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30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삼성전자의 농구결승전은 이 같은 시각에서 볼 때 심판의 미숙으로 수많은 관중은 게임의 흥미를 반감당했다. 경기초반 삼성전자의 주전센터 임정명이 파울에 불만을 품고 거친 항의를 하자 신인철심판은 가차없이 연속 2개의 테크니컬파울을 주어 임은 5분만에 퇴장 당하고 만 것이다.
두 팀의 경기는 연-고전과 함께 가장 과열되기 쉬워 선수는 물론 심판들의 자제력이 필요하다.
점보시리즈 1차전 현대-상무의 경기에서도 흥분한 심판이 한 선수에게 유례없는 연속3개의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하는 해프닝을 벌인 적이 있다.
심판의 자질과 함께 선수들의 매너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현대-삼성전자와 같은 라이벌대결에선 선수들의 거친 항의와 벤치의 과열 때문에 게임이 격렬해지기 쉽다. 선수들이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을 막을 길은 없으나 심판 고유권한을 부정하는 시비는 인정될 수 없는 것.
이날 삼성전자는 판정시비로 인한 일부 선수의 흥분으로 게임을 망쳐버린 결과가 됐다.
이번 점보시리즈가 아기자기한 명승부전을 연출, 많은 관중을 모으는데 성공한 반면 이처럼 선수가 상의하고 심판이 흥분하는 악순환을 거듭, 비난을 받았다. 심판의 권위를 살리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보다 무게 있는 국제심판을 기용하고 신인급 심판에 대한 교육, 그리고 각 팀 벤치와 선수들의 매너확립이 함께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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