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재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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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레이건」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쿨리지」와 「아이크」. 「레이건」 평전을 보면 그 이유가 재미있다.
「쿨리지」는 「사일런트 칼」 (칼은 애칭)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침묵을 지키는 대통령이었다. 「아이크」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골프를 즐겼다. 「레이건」 대통령은 말한다.
"그래도 아메리카는 잘만 굴러가고 있지 않았는가."
이것은 「레이건」 유의 조크지만 실은 「쿨리지」와 「아이크」 시대의 미국은 그 어느 시대의 미국과도 다른 면모가 있었다.
이들 두 대통령의 재임 중엔 세계대전도, 경기 후퇴도, 두 자리수의 인플레도, 사회 혼란도 없었다. 또 하나 「레이건」의 생각과 맞는 것은 사회복지의 비대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아이크」 시대의 미국은 미사일 전력에서 소련보다 8배나 앞서 있었다.
3%, 7%, 12%, 16%-. 이것은 요즘 미국 매스컴들의 여론 조사들에 나타난 「레이건」과 「월터·먼데일」 (민주당)과의 인기 격차다. 어떤 신문은 벌써 1956년 「아이크」의 재선 무드와 비슷하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물론 미국의 일각엔 그런 낙관론에 검은 구름을 몰고 오는 부류도 잇다. 흑인들은 최근 87%kr 「먼데일」을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한마디로 "공짜 복지는 안 된다"는 「레이건」의 고집에 대한 반발인지도 모른다. 사회복지의 비대는 결국 많은 사람들로부터 일하는 의욕을 뺏어가며, 그런 사회는 활력이 없다는 것이 「레이건」의 정치철학이다. 모든 사람이 「일하는 복지」를 그는 최상의 복지로 생각한다.
그런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도, 「레이건」은 남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우선 TV에서 보는 그의 능숙한 연기는 대중의 히어로가 될만하다. 얼굴의 깊은 주름살, 노인의 고집스러움, 그리고 「레이건」 특유의 비정치적 경륜도 그의 연기력은 보상하고도 남는다.
연설문마저도 그는 쉽고 재미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혼을 잡아당기는 재주가 있다. 지난 연말 우리나라 국회에서 한 연설도 얼마나 쉽고,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가.
「레이건」은 평소 독서를 안 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참모들이 대신해주는 공부의 충실한 신봉자이기도 하다. 과연 「레이건」다운 일면이다.
올해 73세. 미국 역사상 가장 고령의 대통령인 「레이건」은 최근 그의 건강을 과시해 보이는 「쇼」아닌 쇼를 연출했었다. 혼자 일어서서 양말 신기, 손의 악력 기르기, 승마와 긴 여행 등이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정치는 이처럼 멜로 드라마 같기도 한데, 그것이 세계 최강의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정치는 얼마나 심각하게 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국의 정치는 하나의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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