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외교관 60% 이상이 "스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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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 한해 동안 주재국을 무대로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소련의 외교관 수는 85년의 3배나 되는 1백47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숫자는 최근 영국 정보당국에 의해 확인돼 이곳 신문들이 보도한 것인데 스파이 혐의로 쫓겨난 소련 외교관 수는 81년에 27명, 82년 49명이었다.
추방 선풍은 작년 초 영국 정부가 소련 해군 무관을 쫓아내면서 시작돼 벨기에·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서독·이탈리아·스위스·에이레·노르웨이·미국·일본 등 서방 각 국으로 번져갔다.
예년에 없이 많은 소련 외교관이 짐 보따리를 싸야했던 이유는 소련 측의 첩보 활동이 극성스러워진데도 있지만 그 보다는 미국의 압력 아래 NATO 회원국들이 감시망을 강화한 결과였다.
미국은 서구 우방들에 군사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주요기술 정보가 끊임없이 소련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점을 중시, 만약 단속을 못할 경우엔 새로운 과학기술분야의 협조를 재고하겠다고 여러 차례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영국에 대해선 소련으로 정보를 배달해주는 「우체통」이라는 비유까지 써가면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래서 영국은 83년 들어 내각 합동 정보위원회 직속으로 대소 특별 정보 사찰국 (SXWP) 을 설치, 소련 첩보활동의 단속에 나섰으며 다른 서구나라들도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형성, 적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소련 첩보 활동의 주 대상은 전자 및 컴퓨터 등 전략과학기술정보.
영국 정보당국은 해외에 나와있는 소련의 공관·무역관·항공사 직원들 중 60% 이상이 KGB와 연계되어 직접·간접으로 첩보활동을 하고있다고 분석했다.
소련은 유럽 지역 중 특히 EEC 및 NATO 본부가 있는 벨기에와 1주일에 22편의 아에로플로트 (소련 국영항공) 기 왕래가 있는 에이레를 정보수집의 기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은 또 제3국 인을 매수하거나 무역을 위장해 첨단기술의 제품 및 부품을 수입해 가는 방법도 쓰고있다.
작년 12월 미국서 만든 1백t짜리 초대형 VAX 컴퓨터를 스위스 회사가 수입하는 것으로 위장해 남아프리카를 경유, 서독 함부르크까지 실어왔다가 적발된 사건이 좋은 예다.
이러한 편법 덕분에 "소련이 서방으로부터 손에 넣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2주일 이내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고 동구 나라와 불법적인 무역을 하다가 붙잡혀 무거운 벌금을 물고 물러난 한 영국 기업인은 털어놓았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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