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추가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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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는 현재 건설중인 지하철 (2·3·4호선)의 내년 완공에 따라 3·4호선 연장 공사와 함께 5·6·7·8·9호선 공정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루 교통 인구가 1천5백만 명에 이르는 거대 도시 서울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현재 건설되었거나 건설중인 지하철말고 추가로 더 많은 지하철을 건설해야할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다만 거기에 소요될 막대한 건설비를 조달하는 방법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한 첫 단계 사업 자금으로 지하철 4호선 연장 구간 건설비 1천9백여 억 원의 국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예산 당국은 자금 염출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계획이 무리인줄 알면서 서울시가 지하철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하철 1∼4호선만으로 서울의 교통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밖에 지하철 공사를 중단하면 잘 훈련된 고급 기술인력과 기능공의 기술이 사장돼 추후 재활용에 어려움이 많고, 건설 관련 산업의 갑작스런 침체 등을 그이유로 꼽고있다.
서울시의 지하철 건설은 단순히 88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인구 1천만 명의 거대도시 서울의 교통난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기본인식에서 볼 때 재정상 무리를 무릅쓰고라도 지하철 추가 건설은 일시에 중단돼서는 안될 사업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하철 건설 과정에서 보인 기술상의 미열이라든지 행정적인 착오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가령 지하철 1호선이 좌측 통행인데 반해 2호선이 우측 통행인 것과 같은 미스가 그것이다. 잠실에서 2호선을 타고 신설동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 승객은 이런 기술상의 미스 때문에 구름다리를 건너는 등 불편을 겪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다.
추측컨대 1호선이 좌측 통행인 것은 철도와의 연결을 위한 것이고 2호선이 우측 통행인 것은 버스와의 연결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어느 쪽이건 한 쪽을 선택해서 차를 바꿔 탈 때 생기는 시민의 불편을 덜어주어야 함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뿐더러 구름다리라든지 환승 센터를 건설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왜 계산을 못했는지 당국의 무신경이 놀랍기만 하다.
물론 지하철 건설은 우리 기술진으로서는 첫 번째 경험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아직도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통용되지 않은 점이 눈에 띄는 것은 유감스럽다.
예컨대 서소문에서 시청에 이르는 길은 서대문∼광화문과 함께 서쪽에서 서울의 도심으로 가는 중요한 도로다. 이런 길을 벌써 몇 년째 차 한대만이 겨우 다닐 수 있도록 막아 놓고 있는 것은 교통 소통에 대한 당국의 성의가 너무 부족한 탓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사에 어려움이 많은 도심지와 변두리의 공사를 한꺼번에 벌이는 까닭도 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터널을 뚫어야할 구간과 개착식으로 해도 좋을 구간의 공사에는 공사비나 공기에 큰 차이가 있을게 뻔한데 별다른 차이를 두는 것 같지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계획부터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하도록 세우는 일이다. 기본 계획이 불합리한 터에 아무리 현대식 건설 기술을 도입한다해도 모순은 드러나게 마련인 것이다.
지하철 건설에 따른 교통인구 수용 예측만 해도 그렇다. 당초 서울시는 지하철 4호선까지 건설하면 교통 인구의 60%는 소화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금은 18∼20%밖에 감당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용 예측이 빗나가도 많이 빗나가고 만 셈이다. 그렇다고 지하철의 추가 건설에 이의를 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편익에 최대한 충실한, 합리적인 장기 계획을 세워 착실히 추진하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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