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무역 자유화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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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무역자유화는 수출 기업의 시장을 넓혀=이번 APEC 회의에서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역내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역자유화를 증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수입하는 상품에 일정한 세금(관세)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상품은 아예 수입을 하지 하도록 막거나 일정한 양만을 수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무역 장벽'이라고 하는데 무역 자유화란 각종 무역 장벽을 없애 자유롭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하고 수입하자는 것을 말합니다.

무역 자유화가 이뤄지면 수출하는 기업들은 판매 시장이 넓어집니다.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업체가 만들어 국내에 판매한 휴대폰은 1841만 대였습니다. 반면 수출한 것은 9배가 많은 1억6459만 대였습니다.

판매시장이 확대되면 물건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더 사야하고 일하는 사람도 더 뽑아야 합니다.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은 안정된 소득을 얻게 됐으니 소비도 많이 하게 됩니다. 소비가 늘어나면 다른 산업 분야도 활성화돼 경제 전체가 좋아집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2542억 달러를 수출했고 297억50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습니다. 지난해 국내 소비가 부진했지만 4.6%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수출이 잘됐기 때문입니다.

◆ 수입은 소비자 선택의 폭 넓혀=수입을 자유화하면 우리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값싸고 품질이 좋은 외국의 물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소비자는 여러 가지 물건을 살펴보고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품질은 좋지만 값이 다소 비싼 국내 전자제품을 살 수도 있고 품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싼 중국산 전자제품을 고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과 품질은 비슷한데 수입품의 가격이 싸다면 수입품이 더 많이 팔릴 것입니다. 같은 물건을 더 싼값에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남은 돈을 여행이나 문화 생활을 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저축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의 생활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이처럼 무역 자유화는 기업의 판매가 늘어나고 소비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 자유화로 빈곤이 심화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 다자간 협상은 강대국의 입김 막아=무역 자유화는 이런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를 만들어 무역자유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WTO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작된 다자간 협상이 바로 도하개발어젠다(DDA)입니다. '뉴 라운드'라고도 불리는 DDA는 2001년 11월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4차 WTO각료회의에서 의제가 확정됐기 때문에 붙은 명칭입니다. DDA는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미처 논의하지 못한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의 시장 추가 개방과 공산품의 관세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자간 협상이 중요한 것은 강대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 등 강대국과 1대1로 무역 협상을 하면 시장개방 요구에 시달려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주력 제품의 수출이 제한되는 일방적인 무역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WTO의 다자간 협상은 모든 나라가 참여해 자유로운 무역의 원칙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대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자간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부작용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익=무역 자유화가 진전되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일부 국가의 특정 산업과 계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무역 자유화로 생기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세계 각국이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격차를 이유로 무역 자유화를 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입니다. 불평등과 격차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허용하는 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평등과 격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산주의식 폐쇄 경제를 추구해야 하는데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이미 드러났습니다. 자급자족을 선택한 북한의 경제가 파탄 난 것을 보면 시장경제와 무역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나라가 값싸고 잘 만드는 물건을 다른 나라에 자유롭게 판다는 것은 우리의 교역 상대국에서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라가 생산한 물건도 우리 시장에서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해줘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만일 우리 물건만 외국에 팔고 외국 것은 사주지 않겠다면 우리나라와 무역하려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만일 농산물 수입을 끝까지 거부하다가 반도체나 휴대전화 수출을 못 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결책은 무역 자유화를 이용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농업 등 취약한 분야는 외국산 제품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밖에 없습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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