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식탁서 밀려나는 우리 음식 살리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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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울 서교동에서 한정식집 '동촌'을 지난해까지 20년 간 운영했던 조정강(68)씨가 24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백옥포리에 '한국전통음식문화 체험관'을 열었다.

조씨는 "요리를 배우지 않으면 시집을 안 보내겠다"는 외할머니에게서 6세 때부터 장 담그기 등 전통 요리법을 배웠다고 한다. 평범한 가정 주부로 살던 그는 1985년 7남매를 남겨두고 남편이 중풍으로 사망하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동촌'을 차렸다. 숨겨둔 요리 솜씨를 뽐내게 된 것이다.

할머니에게 이어받은 음식 솜씨 덕에 '동촌'은 역대 대통령들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해졌다. 남부럽지 않게 돈도 모았다.

하지만 조씨는 "우리 고유의 문화와 예절이 담긴 전통 음식이 식탁의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안타까워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좋은 쌀로 밥 짓고 맑은 물로 장 담그기'(97년)를 비롯, 지금껏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98년부터는 풍광이 좋은 백옥포리 주변 땅 5000여 평을 사들여 체험관 건립을 추진해 왔다.

조씨가 사재 40억여 원을 들여 문을 연 체험관은 100여 평 규모의 강의실, 500여 개의 장독과 저장고, 숙박을 할 수 있는 20여 개의 방을 갖추고 있다. 산나물을 직접 재배하기 위해 2500여 평의 텃밭을 만들고, 음식 재료로 쓸 수 있는 100여 종의 나무도 심었다.

내년 5월 정식 문을 여는 체험관은 전문가 연수과정, 일반 대상 체험 프로그램, 외국인을 위한 서머.윈터 스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평창=글.사진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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