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선정 '동남아 여성갑부 1위' 린아이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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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정화 기업 하이플럭스 창업

고아 출신 40대 미혼 여성. 동남아 여성기업인 중 최고 부자인 린아이롄(林愛蓮.Olivia Lum.45.사진)의 이력서다.

포브스는 최근 '동남아 40대 부자'를 발표하면서 린이 쟁쟁한 부자들을 제치고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최연소로 39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수질 정화 기업인 하이플럭스의 창업자인 린의 재산은 2억4000만 달러. 2001년 상장한 하이플럭스의 주가가 그간 40배나 뛰면서 33%의 지분이 있는 린을 갑부 대열로 이끌었다.

창업 16년 만에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경쟁할 만큼 급성장한 하이플럭스의 성공은 불우한 환경을 이겨낸 린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린은 말레이시아의 60대 여성에게 입양됐다. 린의 양어머니는 비 새는 양철 지붕 집에서 살 만큼 가난했지만, 린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싱가포르 국립대학 입학까지 뒷바라지했다.

화학을 전공한 린은 1986년 다국적 화학기업인 글락소 싱가포르 지사를 첫 직장으로 택했고, 연봉 4만 달러를 받으며 화학 분야의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생활도 여유로워졌지만 린은 안주하지 않았다. 89년 아파트와 자동차를 팔아 모은 1만2000달러로 하이플럭스를 창업했다.

물 부족이 심각해지고 수질 관리가 중요해지면 수처리 사업의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밤새워 기술 개발에 매달려 자체 정화처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스쿠터를 타고 거래처를 찾아 싱가포르 전역을 누볐다.

노력한 만큼 행운도 따랐다. 마침 수자원 공급 문제를 놓고 말레이시아와 갈등이 빚어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아시아 최대의 바닷물 담수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2억 달러짜리인 이 공사를 린이 따낸 것이다.

그 후 베이징과 상하이 등 20개 도시에서 담수화 공장을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며 수완을 발휘한 그는 지난해엔 두바이의 세계 최대 인공섬 프로젝트에 4억 달러 상당의 정화 시스템을 수주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린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차 인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싱가포르항공 같은 인지도 높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포브스 코리아는 12월호에서 린의 성공스토리를 특집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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